[ON+View┃방송] ‘가을야구’ 지상파 중계, 드라마 시청자는 ‘노심초사’

사진=중계 화면 캡처
사진=중계 화면 캡처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2016 KBO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 일명 ‘가을야구’ 기간으로 접어든 가운데 긴장을 하는 건 본인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지켜보는 야구팬들뿐만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 팬들이 ‘가을야구’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야구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드라마 시청자들이 ‘가을야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본인이 즐겨 시청하는 드라마가 야구 중계로 인해 결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첫 ‘가을야구’ 경기가 열렸던 지난 10일 오후부터 방송국과 드라마 팬들의 눈치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LG트윈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중계를 맡은 SBS는 경기가 오후 9시26분 이전에 끝날 경우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를 정상 방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달의 연인’ 애청자들에게는 천만다행으로 경기는 스피디하게 전개됐고, 오후 9시12분경 기아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에 따라 드라마도 문제없이 정상 방영됐다.

사진=SBS 제공
사진=SBS 제공

와일드카드 1차전을 LG가 이겼다면 2차전이 열릴 일이 없었겠지만 기아가 1차전 승리를 가져가면서 2차전이 지난 11일 전날과 같은 시간 진행됐다. 이날 경기를 MBC가 중계함에 따라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시청자들은 전날 ‘달의 연인’ 시청자들과 같은 입장에 놓였다.

MBC 역시 SBS와 마찬가지로 이 경기가 오후 9시30분 전에 끝난다면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정상 방송한다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1차전과 달리 이날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은 오후 9시30분이 넘어서 끝났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결방은 피했지만 원래 방영 시간보다 지연방송 되며,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가을야구’와 경쟁을 펼칠 다음 드라마는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로, KBS는 오는 13일 오후 6시20분부터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생중계한다. 5판3선승제인 준플레이오프가 4차전 이상 진행된다면 ‘달의 연인’ 시청자들은 오는 17일에도 다시 한 번 애를 태워야 할 수도 있다.

지상파 3사는 이번 포스트시즌 전 경기를 나눠서 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드라마 시청자들의 노심초사는 최소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리는 다음달 2일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KBO 제공
사진=KBO 제공

드라마 시청자들은 야구 중계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드라마가 결방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멀쩡한 스포츠채널을 놔두고 왜 지상파에서 야구 중계를 하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 시청자들은 지상파에서 본 방송을 취소하고 스포츠를 중계하면 아무렇지 않게 그걸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이는 비단 ‘가을야구’뿐만 아니라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빅 이벤트도 마찬가지”라고 드라마 시청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가을야구’는 매력적인 콘텐츠다. 워낙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데다 종목 특성상 광고 횟수가 많아 광고권 수익도 상당히 짭짤하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는 “방송사와 드라마 시청자들이 윈-윈 하기 위해서라도 정상 편성 위주의 방송을 해야 한다. 이미 정해져 있는 프로그램의 결방은 무리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들의 낮 경기 중계는 상관없지만 오후 시간대의 스포츠 중계 편성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