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금융분쟁 급증하는데...IT금융 전문가 부재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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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금융사에 자사 기술을 빼앗겼다며 소송을 계획했던 A사는 최종 대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했다. 하지만 끝내 A사 대표는 제소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사업을 접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이 접수되면, 결과가 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공정위 내부에 전문인력이 없어 사건을 심사하는데만 하세월이라는 주변 만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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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드사 B사는 글로벌 카드사와 거래망 갈등으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하지만 1년 이상이 지나도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B사는 민원을 취하했다. B사는 해외 카드사에 300만달러 과태료를 지급했지만 아직도 분쟁은 진행 중이다.

핀테크 사업 활성화와 각종 신종 금융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사업자 간 이해관계를 둘러싼 금융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동종 업체 간 소송은 물론 해외 글로벌기업과 이권 다툼, 각종 기술 표준화 문제 등 크고 작은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반면 양산되고 있는 금융 분쟁을 시급히 해결하기에는 공정거래위원회 IT금융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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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핀테크기업이 애플을 불공정 서비스를 이유로 공정위 제소를 곧 추진하고 카드업계도 비자카드의 해외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 제소를 준비 중이다. 그 외에도 기술 모방을 둘러싼 각종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분쟁 접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후 분쟁해결 기구인 만큼 분야별 금융전문가를 보강하고, 좀더 전문적인 사건 심사와 판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핀테크 등 신종 금융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현행 조직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분쟁이 발생하면 공정위는 사안별로 크게 3개 국에서 민원을 조사하고 처리한다.

약관 관련 분쟁은 소비자정책국, 불공정거래는 시장감시국, 담합문제는 카르텔 조사국에서 담당한다. 문제는 최근 금융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사업 참여자가 많아지고, 전문성이 필요한 복합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쟁 유형을 따로 떼어나 별도 국에서 전담하는 형태로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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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소를 준비 중인 한 핀테크 기업 대표는 “금융분쟁은 소관기관인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한다”며 “특히 글로벌기업과 마찰 분쟁에 있어서는 국가 통상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조사에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IT와 핀테크 부문 분쟁이 늘고 있지만 사안을 전담할 공정위 전문인력은 전무한 상황이다.

반면 IT부문에서는 공정위가 지난해에 `ICT전담팀`을 꾸리는 등 발빠르게 대처해 대조를 이뤘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공정위 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핀테크 등 신 융합시장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 분쟁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한 경험이 많고 3개 부서에서 협업해 조사하고 있는 만큼 전문성 부재는 어불성설”이라면서 “금융 산업은 방대하고 복합적이어서 별도 과를 신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정위는 금융부문 전문성 확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인사교류 강화에 나섰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서로 교차로 배치해 발빠른 민원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