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저녁 경주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과 연이은 여진으로 국민의 불안이 고조됐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서울을 비롯한 전국이 공포에 떨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체로 지진에 안전한 국가로 인식돼 왔지만 이번 지진으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번 지진은 어떻게 발생하게 된 것일까. 쪼개진 지각(더 정확하게는 지각과 맨틀 상부를 포함한 암권)이 움직인다는 `판` 구조론의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 지진의 95% 이상이 지각판이 맞붙어 있는 판 경계부에서 일어나고, 나머지 5% 미만이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판 내부 지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판들이 서로 움직이면서 작용하는 응력은 주로 판 경계부에 집중되고, 그 일부의 응력이 판 내부로 전달되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판 내부 지역에서 지진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서 이번 경주 지진은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필리핀판 사이의 판 경계부에 작용하는 응력이 한반도로 전달되면서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활성단층에 작용해 지진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활성단층`은 지질시대로 신생대 4기부터 지금까지 지진이 한 번 이상 발생한 단층을 의미한다. 반면에 `활동성 단층`은 50만년 이내에 두 번 또는 3만5000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지표 변위가 발생하거나 지표 가까이에서 변위가 발생한 단층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자력발전소 등의 내진설계 지진동을 결정하는 데 반영해야 하는 기준이다.
원자력 시설의 활동성 단층에 관한 기술 기준은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 2014-10호로, 미국 기술 기준을 준용한다. 간단히 소개하면 부지 8㎞ 이내 길이 300m 이상 단층의 경우 활동성 단층 여부를 조사하고, 활동성 단층이면서 부지 내 지표 변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대체 부지를 선정하도록 돼 있다. 이와 더불어 부지 반경 거리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단층이 존재하는 경우(부지 반경 32㎞, 80㎞ 이내는 각각 길이 1.6㎞ 및 8㎞ 이상 단층) 활동성 여부를 조사해서 활동성 단층이면 원전 설계지진값 결정에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약 10년 전 월성 부지 안전성 심사 당시 읍천단층은 부지로부터 32㎞ 이내에 존재하는 활동성 단층이지만 단층 길이가 1.5㎞로 설계지진값 결정에 고려할 대상은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단층 길이에 비해 변위가 크다는 점 등 복잡한 지질 현상을 고려, 최대 잠재 지진 규모 6.0에 따른 최대 지반 가속도인 0.183g(g: 중력가속도)보다 여유를 두고 0.2g로 설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필자가 2013년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수행 당시에도 읍천단층과 방폐장 부지단층의 영향을 고려해 확률론에 기반을 둔 지진재해도를 분석했고, 그 결과 원전 안전성 및 내진여유도 등에서 0.3g 이상의 지반 가속도를 일으키는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해외 지질 선진국과 달리 지질 분야에 대해 산업계의 관심과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체계를 갖춘 조사 경험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니 실증 조사에 대한 명확한 판단 근거가 없어 같은 단층을 두고도 전문가에 따라 활성인지 아닌지 의견이 갈리는 실정이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경주 지진이 `양산단층`에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주 지진의 전진, 본진, 여진의 진앙지 위치 대부분은 양산단층에서 서쪽으로 1㎞ 내지 2㎞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서 경주 지진은 양산단층에서 발생했거나 그 서쪽에 숨어 있는 단층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 앞으로 모든 과학 수단을 동원해 경주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무슨 단층인지를 규명해야 하고, 그 결과 양산단층이 경주 지진의 `주범`으로 확인될 경우 인근 원전의 지진 안정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모든 해석과 평가는 과학 증거에 근거해야 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학 증거에 근거한 논리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reejh@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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