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어설픈 지역 이기주의가 우물안 개구리 키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전 집행위원장 해촉 사건으로 인해 영화 단체가 보이콧 하고, 부산시장은 당연직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대폭 줄어든 상태여서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글로벌 행사라는 무기로 이들 어려움을 훌륭하게 극복해 냈다.

반면에 지난 15년 동안 국제 행사로 치러진 광주 `국제광산업전시회`가 올해는 지역 행사로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판이하게 대비되는 행사다.

올해 국제광산업전시회는 세미나와 콘퍼런스 등 주요 행사가 빠지고 `광산업 유망기술·제품 로드쇼`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만 남았다. 참여사도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해는 전국에서 222개사가 참여했지만 올해는 90개사만 참가한다.

행사가 축소되니 해외 바이어도 대폭 줄었다. 지난해는 27개국에서 196명이 방문했지만 올해는 18개국 138명만 찾는다. 더 이상 국제 행사로서의 위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배경이 가관이다. 행사 주관 기관인 한국광산업진흥회와 광주시 간 알력 다툼이 빚어낸 결과였다. 한국광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공모에서 광주시가 낙점한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가 면접에서 탈락하자 자존심이 구겨졌다고 판단한 광주시가 한국광산업진흥회에 지원하던 광산업 지원 예산을 끊은 것이다.

광주시는 광산업 육성과 지원 업무를 직접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계획한 30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국제광산업전시회를 비롯해 해외 마케팅, 정보제공사업 등이 모두 올스톱 됐다.

이런 광주시 결정에는 “왜 광주시 예산으로 타 지역 기업을 지원하느냐”는 지역 이기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고 한다. 실제 이번 전시회에서는 참가 대상 기업을 광주 업체로 제한, 참가 기업의 80%가 광주 지역 기업이다.

동부라이텍, LG이노텍, 한국전력, SK텔레콤 등 전시장에서 중심 역할을 해 온 대기업이 줄줄이 불참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비롯해 신기술 및 시장 동향과 기술 이전 설명회 등을 맡아 온 18개 지원 기관도 대부분 등을 돌렸다. 올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 한국광기술원, 광주테크노파크, 고등광기술연구소 4곳만 참여한다. 이번 행사는 결국 `동네잔치`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광주시는 7월 말에서야 예산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시회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생태였다.

지역 이기주의는 어디에나 있다. `텃새`도 있다. 지역 사회의 이익과 발전을 우선시하는 행위들이다. 지역 이기주의를 탓할 수는 없다. 모두가 똑같은 입장이 아닌가.

그런데 대외로 내보이는 행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텃새를 부리거나 문을 내걸기보다는 참여 대상을 넓히는 것이 낫다. 지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하려면 문을 좁힐 것이 아니라 더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올해 `국제광산업전시회`에 비춰진 광주시의 행보는 너무 어설픈 지역 이기주의로 보인다. 어설픈 지역 이기주의는 지역 기업을 우물 안 개구리로 키운다.

대전=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