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반백년 역사에 접어드는 한국 전자정부의 생일은 언제일까.
내년 전자정부 도입 50주년을 맞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D데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한국 전자정부의 시초는 1967년 경제기획원이 도입한 인구센서스 통계시스템이다. `전자정부`라는 용어는 1990년대 들어서야 쓰였지만 정보기술(IT)을 이용해 행정 업무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이 시점을 전자정부 출발점으로 본다.
경제기획원 통계국은 1967년 인구센서스 통계를 위해 미국 IBM으로부터 `IBM 1401`을 도입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IBM 1401은 통계국 직원 450명이 14년 6개월 걸려 처리할 분석업무를 1년 반 만에 수행했다. 요즘 시스템에 비해서는 한참 뒤떨어지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성능이었다.
행자부는 경제기획원 컴퓨터 도입을 근거로 내년을 전자정부 50년의 해로 삼았다. 문제는 기념일이다. 경제기획원이 IBM 1401을 도입한 날과 실제 가동한 날이 두 달가량 차이 나기 때문이다.
IBM 컴퓨터는 1967년 4월 15일 인천에 도착, 25일 통관허가가 났다. 이후 경제기획원 설치작업에 두 달 가량 소요됐다. 실제 가동은 6월 24일 시작됐다. 당일 기동식에 박정희 대통령, 장기영 부총리, 김기형 과학기술처 장관 등 정부 주요인사가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요즘 시각으로는 시스템 가동일을 기념일로 보는 게 맞지만 IBM 1401에 `국내 최초 컴퓨터`라는 상징성이 더해진 탓에 시각차가 발생했다. IBM 1401은 전자정부 시초인 동시에 국내에 도입된 첫 컴퓨터로도 여겨진다. 공식 수입된 첫 컴퓨터로 가동일에 앞서 한국 땅을 밟은 통관시점에 의미가 부여됐다.
같은 해 한국생산성본부가 도입한 후지쯔 `파콤 222`는 IBM 1401보다 앞서 3월 25일 인천에 도착했고, 가동 시점도 6월 13일로 열흘 가량 빠르다. 하지만 통관이 5월 12일로 IBM 1401보다 늦었다.
이 때문에 파콤 222는 국내 첫 컴퓨터를 논할 때 후순위로 다뤄진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히 시스템 가동일을 전자정부 기념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행자부 관계자는 “통관과 기공식 시점을 두고 의견이 나뉘어 아직 전자정부 50주년 기념일을 정하지 못했다”면서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50년 행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