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인공지능(AI) 총공세를 펼친다. AI를 중심으로 로보틱스,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망라, 미래 사업 비전으로 `생활환경지능` 구축을 제시했다. 이날 머신러닝(기계학습), 딥러닝 등 AI 방법론을 바탕으로 하드웨어(HW)와 접목된 제품까지 소개했다.
생활환경지능은 상황에 맞는 더욱 개인화된 실생활 서비스를 뜻한다. AI가 중심이다. 생활형환경지능 구현 조건으로 사물·감정·상황·공간·의도를 인식하는 `인식·이해기술`, 답·정보·행위를 예상해서 추천하는 `예측 기술`, 음성 대화와 제스처를 포함한 `자연스러운 사용자경험(UX)`을 꼽았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네이버 기술로 도전하는 새로운 분야인 프로젝트 블루를 1년 전에 공개하고 어떻게 구체화할지 고민했다”면서 “생활에서 사람과 상황 및 환경을 인지하고 이해해 필요한 정보나 행위를 예측해서 자연스럽게 적시에 제공하는 기술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핵심은 아미카(AMICA)다. 이날 키노트 발표에서 아미카 소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미래 성장을 위한 AI 대화 인터페이스 구축은 필수가 됐다. UX가 점점 번거로움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미래에는 음성·텍스트·이미지 인식 기술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이 채팅창 하나로 단순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와 맞물려 파급력이 더 커진다. 인터넷 기업뿐만 아니라 통신사, 스마트폰 제조사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반이 음성 하나로 모든 주변 기기를 통제하는 시스템 개발에 서두르는 이유다.
송 CTO는 아미카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용자가 아미카를 불러 음성 기반으로 검색과 예약까지 모든 서비스를 이용한다. 탑재 기기도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웨어러블, 스마트홈까지 다양하다. 일정 관리부터 운동 시 칼로리 계산까지 생활 전반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침 알람을 부탁하는 사용자에게 `내일 휴일이어도 알람을 설정할까요`라고 되묻는 맞춤화된 스마트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플랫폼 분화와 이동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네이버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여러 플랫폼이 생기는 것은 위기이자 기회다. 네이버는 막강한 국내 검색 포털 점유율을 바탕으로 PC 시절에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모바일로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이 옮겨 가면서 초기에는 빠른 대처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용자가 개별 앱으로 나뉘면서 사용 시간 감소 등으로 위기론까지 겪어야 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상장과 모바일 네이버의 포털 경쟁력 강화로 모바일이라는 과제에 답을 내놨지만 IoT, AI 등 4차 산업혁명이라는 또 다른 숙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자동차, 로봇 등 소프트웨어(SW)와 HW 융합에 적극 대처한 것도 플랫폼 분화를 염두에 둔 전략이다. 더 이상 SW만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이날 공개된 `M1`은 네이버가 처음으로 개발한 로봇이다. 실내를 돌아다니면서 고정밀 3차원 지도를 제작한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이 기대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로봇도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해 로보틱스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PC에서 모바일로 넘어온 데다 웨어러블, 커넥티드카, 스마트홈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 플랫폼의 최종 목표는 로봇”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도 인식 기능에 초점을 맞춰 고도화를 추진, 다양한 자동차 회사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한다. 이미 르노삼성, 토요타 등 자동차 회사를 파트너로 확보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조사와 함께 제품을 만든다기보다 HW가 없는 네이버 특성상 실제 자동차에 실험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다양한 자동차 회사와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글로벌 IT 업체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다. 국경 없는 인터넷 사업 특성상 글로벌 업체와의 정면대결은 불가피하다. 구글은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모바일 퍼스트`가 아니라 `AI 퍼스트`를 외치며 신기술 개발에 천문학 규모의 투자와 연구개발(R&D)을 강조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도 AI 음성 비서를 바탕에 둔 검색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이날 인사말에서도 이전에 수차례 강조한 것처럼 국경 없는 인터넷 서비스 업계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평가했다. AI나 데이터 분석 등 중요 기술이 인터넷 업계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는 이날 통·번역 앱 파파고의 모든 기술이 적용된 `웨일(Whale)` 브라우저를 공개했다. 구글 크롬,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장악한 웹브라우저 시장에 역공을 선택했다.
송 CTO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AI 기반의 기술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면서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국내외 우수 인재를 적극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