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이나 항공 등 특수 분야에서 사용하던 위성항법장치(GPS)가 최근 스마트폰과 자동차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보급 덕분에 일상화됐다. 내비게이션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정확도 면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목적지 부근에 도착했다는 멘트와 함께 목적지에서 50m 떨어져 있다면서 안내를 마친다. 초행길인 운전자는 주위를 둘러보지만 주차장 입구를 찾지 못해 근처를 한두 바퀴 돌고서야 목적지를 찾아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이제 2020년이면 목적지 부근에 다 와서 시간을 허비하는 수고는 없어진다. 초정밀 GPS 보정시스템(SBAS)을 내비게이션에 적용, 오차 1m까지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차 1m면 차선도 구분할 수 있어 정밀한 안내를 할 수 있다. 반대 차로에서 길 안내를 마치는 일이 없어진다. 내비게이션은 SBAS를 응용할 수 있는 한 분야에 불과하다. SBAS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교통관리시스템을 시작으로 재난망 구축, 사물인터넷(IoT·위치 추적), 물류 및 유통 관리, 고정밀 지도 제작, 철도 위치, 농업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SBAS를 고속도로 위에 활용하면 교통 체증과 교통량을 측정할 수 있어 지금보다 나은 교통 환경에서 운전할 수 있다. 쾌적한 교통 환경과 함께 교통량을 정확하게 안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다양한 생산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또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무인단속 시스템, 교통수요 관리, 차량 관리 등 교통관리를 개선하고 고속도로 이용료 수집·버스 운영 관리 등 전자지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시간 버스 위치 및 도착 정보를 알려 주는 버스정보시스템이나 교통정보센서 자동 차량 검지기, 교통정보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SBAS는 도로 이용 요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긴급구조 서비스, 위험 물질 이동 트래킹 서비스, 운전 지원 프로그램, 버스 전용차로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악·해양 지역에서 조난·구조 활동을 하는 공공재난 통신 인프라에는 SBAS 같은 정확하고 무결점이 높은 위치정보서비스가 필수다. SBAS는 재난 방지 및 재난 대책 수립에 필요한 해당 지역의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지리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응급의료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안전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거나 안전관리 단말·시스템 개발에도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과 사물, 위성 기술 발달로 사람과 모든 사물 위치 정보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제어도 할 수 있게 된다. 실외에서 위치추적시스템으로 사물이나 사람을 추적하거나 친구 찾기, 헬스케어 등에도 폭넓게 적용하는 등 SBAS 위치 정보 보정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확한 위치 정보는 물품 조달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생산과 기초자재 전송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수송 배송 체계가 확립, 발주 타이밍 효율성도 꾀할 수 있다.
SBAS는 GPS의 불특정한 오류로 인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차량 사고와 위치 관련 사고를 줄일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초경량 항공기나 무인항공기에 비용 또는 성능에 맞춤화한 지도가 없어 항공사고로 이어진다”면서 “SBAS를 활용해 고정밀 지도를 제작하면 항공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초고정밀도를 필요하는 항공 분야는 2022년 서비스를 목표로 잡았다. SBAS는 위성 기반 첨단항법기술(Performance Based Navigation), 항공용 구명 무선기(Emergency Locator Transmitter), 자동종속감지방송(ADS-B:Automatic Depended Surveillance-Broadcast) 장비에 적용해 항공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미래 수요에 대처하는 공역 수용 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SBAS의 신뢰성은 1000만번 이착륙할 때 한 번 정도 오류를 일으킬 확률”이라면서 “항공교통 분야에 활용하면 항공기 연료 절감은 물론 탄소 배출과 항공기 이착륙 지연 및 결항, 항공기 사고 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