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들

[ET단상]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들

스마트폰 확산으로 모바일게임 이용이 늘면서 이제 게임은 남학생 전유물이 아니라 여학생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진화했다.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바일게임은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게임 확산으로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왜 게임에 중독되는지 우리는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청소년 게임 이용을 몇 차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인터넷게임 중독 원인으로 입시 위주 교육, 여가 활동 부족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러한 결과는 좋은 대학 진학만을 위한 학습 위주 교육 환경과 게임 외 할 것이 별로 없는 여가 환경의 근본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게임 중독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여러 정부 부처가 청소년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복되는 사업도 많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놀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같은 근본 해결책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 게임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본 결과 청소년 게임 중독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는 가족, 친구, 교사, 이웃과의 관계 만족도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청소년들이 가깝게 지내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게임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 청소년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즉 국적과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과의 만족스러운 관계는 게임 중독을 줄이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 같은 결과는 청소년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온라인 공간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는 여러 중독 전문가가 주장하듯 어려운 현실의 도피처로 게임을 선택하는 청소년이 많음을 보여 준다. 심야시간대 청소년 스마트폰 이용은 게임 중독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 12시 이후에는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가정에서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조사 결과 청소년 28.2%가 심야시간대에 PC를 이용해 온라인게임을 했고,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8.7%가 0시 이후 스마트폰을 이용해 모바일게임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든 이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청소년은 게임의 악영향보다 긍정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을 통해 여가 시간을 즐겁게 보낸다거나 몰입을 경험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지나친 게임 이용으로 인한 내성 또는 금단 현상을 경험한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놓고 볼 때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요인을 잘 살펴서 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입시 위주 교육과 지나친 경쟁 같은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가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앞에서 살폈듯이 청소년에게 게임은 주요한 여가 활동이자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었다. 이에 따라서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을 지나치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여가 활동으로 게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청소년들이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중요한 여가 활동에 게임이 자리 잡은 만큼 지나친 게임 규제보다는 적절하고 건전한 게임 이용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ifsc@ny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