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최순실 게이트`라는 악재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 역사상 첫 400조원에 이르는 `슈퍼 예산안` 점검은 정쟁에 실종됐다. 창조경제와 연계한 연구개발(R&D) 사업 `국가전략프로젝트`도 고삐를 놓친 채 허둥댄다. 시급히 처리할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도 뒷전이다. 전문가들은 한 달 동안 예산정국이 정쟁에 뒤덮여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구조 개편과 진흥, 국가 연구개발(R&D) 사업만은 중심을 잡고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2017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예산안이 법정 기한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 총리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최대 위기`라고 진단했다. 휴대폰업계 악재와 자동차·철도 파업 여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영향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예결위 회의는 최순실씨 국정 개입 파문으로 들끓었다. 야권은 내각 총사퇴와 최순실 관련 예산 삭감에 총공세를 폈다.
예산안 회의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우리나라 경제·산업이 버틸 시간을 잃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정부 경제 정책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각종 경기 지표는 모두 어둡다. 우리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제조업 가동률은 7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70.4%까지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1년 동안 0%대 저성장을 기록 중이다. 사상 최대 가계부채에다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도 변수다. 경제 비상시국이다.
2017년도 예산은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릴 연료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부 입법으로 포지티브 규제 법제를 네거티브로 전환시켜야 한다. 국가 R&D 사업은 정쟁 대상이 아닌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논의가 절실하다.
정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예산안 심사와 최순실·개헌 논의 등 문제는 완전히 별개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국회는 경제 살리기 법안과 내년도 예산을 빨리 확정해 침몰하는 대한민국호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다음 달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의 최종 수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가 낸 예산안이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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