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됐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퇴임한 뒤 8년여 만에 오너 일가 구성원이 다시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맡았다. 이 부회장은 이사직을 수행하며 삼성의 미래를 이끌 권한과 책임을 떠안게 됐다.
삼성전자는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8기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주총회에서는 △제1호 의안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분할계획서 승인 △제2호 의안 사내이사 이재용 선임 건을 다뤘다. 두 안건 모두 별다른 반대의견 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부터 바로 이사직을 수행한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면서 기존 등기이사인 이상훈 경영지원실장 사장(CFO)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기존대로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 체제로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이사회가 △성장을 위한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 △기업 문화 혁신 등을 통해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 등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나서는 이유로는 `책임경영 강화`를 꼽았다. 정보기술(IT)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등 전략적 의사 결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등기이사가 되면서 이 부회장이 지는 책임도 커졌다. 경영과 주요 의사결정에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고, 연봉도 공시해야 한다. 책임이 강화된다는 것은 권한을 더 크게 행사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앞으로 삼성전자 경영에 이 부회장이 직접 및 공식 참여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당장 12월 초에 실시하는 연말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 어떤 변화를 줄 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이 본인의 색을 강화하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갤럭시노트7 사태로 인한 문책 인사까지 더해지면 대격변이 나타날 수도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014년부터 이 부회장이 경영을 이끌면서 사업 재편 등을 추진해 왔고 인사에도 관여했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올해 연말인사는 등기이사로서 변화를 주는 부분에 갤럭시노트7 사태 책임 문제가 맞물리면서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입원한 후 경영 참여를 확대해 온 이 부회장은 바이오, 자동차부품,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 인수 등을 통한 신사업 육성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주요 계열사의 지배구조 전반의 개편 작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어려운 시기에 스스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면서 “등기이사 선임과 함께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면 미래 삼성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오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급상승세를 나타내며 3.19% 뛴 161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등락을 거듭하다 전날보다 0.83% 오른 158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 정영일 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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