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블랙홀`에 내년 산업·경제 전망 안갯속…산업 정책은 일관성 유지돼야

출처=칼테크,나사
출처=칼테크,나사

내년 우리나라 경제·산업계 침체의 골이 더 깊게 패일 전망이다. 내수는 올해보다 악화되고 수출도 미약한 개선에 그칠 것으로 보여 2%대 경제성장률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 큰 문제는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국 대혼란이다. 공급과잉 업종 구조조정과 산업 구조개편이 시급한 과제로 닥쳤지만 내년 말 대선까지 컨트롤타워 부재로 정책 일관성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거시경제와 산업정책만큼은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민관 경제연구소와 관련 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2% 중반대에 그칠 전망이다.

경제연구소와 전문가 대부분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다. 3%대를 제시한 것은 정부(3.0%) 뿐이다. 한국은행(2.8%)과 국회 예산정책처(2.7%)도 2%대를 예상했다. 교보증권은 2.7%, 현대경제연구원은 2.6%, 한국금융연구원은 2.5%를 제시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2.2% 성장률을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 3년 연속 2%대 성장률로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선진국 문턱에서 제자리걸음을 지속하는 격이다.

산업 생산과 수출도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 구조조정과 세계교역 부진으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수출은 세계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침체도 장기화 국면이다. 부동산 투자 감소와 고용부진,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정책효과 소멸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내수를 떠받쳤던 부동산 시장이 정책 조정과 공급과잉으로 신규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인구절벽`이 현실화해 경기 활력은 한층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산업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경기를 반등시킬 동력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 기대를 키우기보다는 더 큰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개혁은 물론 다른 일상적 정책도 추진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국내 정치 상황이 악화되고 대외 여건 개선도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통화·재정 정책을 포함한 총체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지만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기업은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위험 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병신년(丙申年)이 두 달이나 남은 시점에 내년을 전망하는 작업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는 자에게 위기는 항상 기회가 된다. 본지가 국가전체가 대혼란에 빠져 허덕이는 오늘부터 `2017 산업 대전망`을 먼저 시작하는 이유다. 앞으로 13회에 걸쳐 주요 산업분야별 전망과 전문가 시각이 제시된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