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기관의 건설 공사 분리 발주 여부를 판가름할 심의 주체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편법 통합 발주`가 확산될 것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소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보통신 공사 분리 발주 관리에 참여하길 바란다. 건설 공사 분야별 전문성을 확보하고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새로운 제도 및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법제처는 4월 국토교통부 중앙건설심의위원회(중건위)가 정보통신 공사를 제외한 건설 공사 입찰 방식만 심의할 수 있다는 법령 해석을 내놓았다.
공공 기관이 분리 발주한 건설 공사만 심의하라는 의미다. 정보통신 공사가 통합 발주됐다면 심의할 수 없다는 의미다.
법제처는 “정보통신공사업법의 분리 발주는 정보통신기술(ICT) 첨단화에 따른 부실 공사를 막고 통합 발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의 공사 수급 독식, 저가 일괄 하도급 방지 등 중소 정보통신 공사 업체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면서 “해당 규정은 강행 법규”라고 강조했다.
법제처 해석에 따르면 공공 기관이 정보통신 공사와 건설 공사를 통합 발주하면 이를 따로 심의할 `주체`가 없는 셈이다. 공공 기관의 편의로 대형 건설사에 턴키 등 일괄 발주를 해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시 벌금 500만원도 허울뿐이다.
정보통신 공사 관계자는 “공공 기관이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위반해 정보통신 공사나 전기 공사 등을 통합 발주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는 마땅치 않다”면서 “분리 발주 예외 조항만 잘 끌어다 쓰면 무조건 통합 발주해도 문제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면 통합 발주 입찰은 심의 `무사통과`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는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무분별한 분리 발주의 위반 사례를 막고 정보통신공사업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법을 심의할 권한이 없는 중건위가 아니라 다른 심의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보통신 공사 업계는 미래부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일단 정보통신공사업법 소관 부처이기 때문이다. 공공 기관의 건설 공사와 관련해 행정자치부도 물망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행자부도 정보통신공사업법 소관 부처인 미래부로 공을 돌리는 모양새다. 미래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법 정비로 정보통신 공사 분리 발주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곽정호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보통신 공사의 분리 발주는 정보통신공사업법, 국가계약법, 지방자치단체계약법, 건설기본법, 건설진흥법 등 여러 법률이 서로 얽히고설킨 구조”라면서 “일부 교통정리로 현장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생산성본부도 분리 발주 제도 강화를 위해 상위 법률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계약법 등에는 아직도 분리 발주 금지 원칙이 남아 있어 법률상의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공사업법 등 다른 법률에서 분리 발주를 규정할 때만 허용하기에는 강제성이 미미할 수 있다.
생산성본부는 “정보통신공사업법이나 전기공사업법 수준이 아니라 상위 법률 체계 분석 및 개선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지루한 논쟁 종식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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