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41> 차이 만들기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41> 차이 만들기

선거가 면전에 다가왔다. 쟁점은 하나였다. 유권자들은 중도 성향에서 지지와 반대까지 넓게 퍼졌다. 한쪽 끝은 극단 보수, 다른 한편은 극단 개혁 성향이다. 그렇다고 중도 성향이 많지도 않다.

한 정당이 중도 성향으로 공약을 바꾼다. 유권자 조사 결과 지지율이 오른다. 그러자 다른 정당이 좀 더 중도 쪽으로 공약을 바꾼다. 문제는 지지율이 도로 주저앉은 정당. 더 가운데로 옮겨 앉는다. 그러자 다른 정당도 더 중간으로, 다시 더 중간으로 옮겨간다. 결국 공약은 별 차이가 없어진다. 선거 때면 공약은 닮아 가고, 중도 성향의 스윙보터(swing voter)가 승패를 정한다. 학자들은 이것을 `중위투표자 정리(Median Voter Theorem)`라고 부른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일까. 기업은 차별화란 용어를 즐겨 쓴다. 실상 그럴까. 나아가 기업에 차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봄가르 설립자 조엘 봄가르는 2014년 테드엑스(TEDx)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앞서가기 원합니다. 그런데 정작 앞선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의미 찾기를 위해 일단 뒤처졌다고 가정하자.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방법은 따라가기다. 누군가 뒤태가 달갑지 않더라도 여하튼 한 가지 방법이다. 두 번째는 개구리 뜀뛰기다. 선두 기업이 잘나간다면 뛰어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 또 하나의 대안이다.

“그런데 정작 선두가 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앞서가기도 힘들기는 따라잡기나 매한가지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달라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경우 상대를 따라잡거나 제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봄가르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살펴보자고 한다. 6개 대형 항공사가 이미 성업 중이었다. 시장을 확고히 장악했다. 사우스웨스트의 선택은 따라가기도 앞서가기도 아니었다.

방식을 바꿨다. 항공사마다 다양한 기종을 운용했지만 보잉737만 사용했다. 좌석 예약은 항공 서비스의 기본이다. 사우스웨스트는 먼저 오는 순서대로 정하게 했다.

중심지 공항은 고객 유치에 중요하다. 시카고 오헤어공항 대신 미드웨이공항, 휴스턴 인터콘티넨털공항 대신 휴스턴 하비공항을 택한다. 사용료가 월등히 저렴해졌다.

대부분 항공료가 비싼 국제선에 눈독을 들일 때 사우스웨스트는 `국내 노선이 어때서`라며 다른 길을 갔다.

다른 항공사가 선택한 것은 따라잡기나 뛰어넘기였다. 경쟁사가 무엇을 하면 우리는 조금 더 하자고 했다. 6개월이면 모든 게 비슷해졌다. 서로 베꼈다.

“이것을 전략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6개 항공사 대부분이 한때나마 모두 파산한다. 콘티넨털항공은 적자 끝에 유나이티드와 합병한다. 사우스웨스트만은 건재했다. 따라하기도, 따라잡기도, 그렇다고 뛰어넘기도 아니었다.

“이것은 봄가르를 시작할 때 제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노턴 피시애니웨어, 고투어시스트, 웹엑스, NTR 같은 기업이 시장을 선점했다.

다른 방식을 택했다. 경쟁자가 렌털에 집중할 때 판매에 주력했다. 다양한 모델을 단일화했다. 사용자별 라이선스 방식 대신 동시 사용을 하게 했다.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을 찾아다녔다. “비즈니스 모델을 색깔로 말한다면 나머지 기업과는 가장 다른 색을 선택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현대 기업은 수많은 제품을 만든다.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선택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기업은 어떤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으로 경쟁하기 일쑤다. 더 노력할수록 더 닮아간다. 더 열심히 뛸수록 더 빨리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쳇바퀴처럼.

기업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단순히 다름이라는 것으로 충분할까. 생각해 보자. 우리가 말하는 차별과 다름이 의미 있는 것인지.

봄가르는 그림을 그려 보인다. 두 개의 사선을 긋는다. 선두 기업이 한쪽에 모여 있는가. 그럼 다른 한 개의 사선을 긋고 그 위에 자신을 끼워 넣어라. 모델, 제품, 라이선스, 시장…. “당신이 내일 사업을 접을 때 아쉬워 할 누군가가 있나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가 되물은 것도 결국 차이 만들기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