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브로드컴은 지난 2일 라우터, 스위치 등을 만드는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 브로케이드커뮤니케이션을 59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반도체 산업이 재편되면서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주 미국 퀄컴은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NXP를 470억달러에 인수했다.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7월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3조3000억엔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NXP가 미국 프리스케일을 인수했고, 미국 인텔도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사들였다. 브로드컴도 작년 5월 싱가포르 반도체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스에 370억달러에 인수됐다.
브로드컴은 미국 팹리스반도체 회사다. 인텔과 퀄컴에 이어 미국 반도체 회사 중 매출 규모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1991년 UCLA 교수였던 헨리 사무엘리가 제자였던 헨리 니콜라스와 공동창업했다. 각자 5000달러씩 총 1만달러를 투자해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 만든 것은 케이블TV용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저급한 반도체였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995년 LA에서 어바인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이어 정보기술(IT) 바람을 타고 1998년에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후 매년 M&A를 실시했다. 2000년에만 약 11개 회사를 사들였다. 이후 회사 재무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미래형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회사를 사들이는 `스몰 M&A전략`을 펼쳤다.
주 품목은 와이어리스와 브로드밴드 반도체다. 소규모 기업 네트워크에 적합한 고속 네트워크 제품이 주요 사업이다. 이더넷, 무선통신랜, 케이블 모뎀, DSL모뎀, 서버 IC를 주로 개발한다. 자체 생산공장은 두지 않고 대만 TSMC 등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디지털 셋톱박스와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용 오디오비디오 프로세서, 블루투스, RF 송수신기, 위성 텔레비전용 수신기와 튜너도 생산하고 있다. 주요 거래처는 휴렛패커드, 모토롤라, 델, 레노버, 링크시스, 시스코 등이 있다.
브로드컴은 퀄컴과 오랜 특허전쟁에서 승리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퀄컴이 디지털비디오 기술 등을 침해했다며 2004년 소송을 제기, 5년 법정분쟁 끝에 승소해 8억9100만달러 배상금을 받아냈다. 2009년 브로드컴이 승소하자 외신은 “골리앗 퀄컴이 다윗이 휘두른 골무에 녹다운됐다”고 평가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바고에 370억달러에 인수됐다. 당시 반도체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아바고는 1961년 HP 반도체 사업부로 출범했고, 1999년 애질런트테크놀로지로 피인수됐다. 이어 2005년 KKR,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아바고테크놀로지스로 변신했다.
아바고 최고경영자(CEO) 호크 탄이 브로드컴 CEO가 됐고 브로드컴 창업자 헨리 사무엘리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브로드컴은 비주력 사업 매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사물인터넷(IoT) 부문과 와이파이, 블루투스, 지그비 등의 지식재산을 사이프레스반도체에 5억5000만달러에 매각했다. 2014년 기준 매출은 84억2800만달러가량이다. 세계 15개국에 약 1만1750명 직원을 두고 있다.
브로드컴 현황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