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는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산업에 미칠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변화는 크지 않겠지만 장기로 볼 때 공약대로 보호무역 정책을 확대할 경우에는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종별 대책 마련도 시급해졌다는 관측이다.
국내 산업계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양 후보 모두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수출환경 악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트럼프가 기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모든 FTA의 재협상을 시사했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등 초강경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우려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9일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 당장 큰 충격은 없다”면서 “환율이나 금리 등이 일부 변동하더라도 산업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 가운데에는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와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과 가전, 자동차 등은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이면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큰 제품이다. 보호무역 정책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FTA 이후 우리나라 승용차 무역흑자는 2011년 83억달러에서 2015년 163억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트럼프가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국에 공장이 없는 기업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후보가 미국 내 공장이 없는 기업에 대한 수입 제재나 고율 세금을 부과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집권 이후 실제 보호무역 정책을 가동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미국에 공장이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이어서 스마트폰과 가전 등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아차도 미국 판매 차량 가운데 국내 생산 차량 수출 비중이 더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지 생산 차량 비중은 37% 수준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전통 자동차업체들을 위한 보호무역과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 연구원은 “석유·가스 등 전통 화석 에너지 산업을 지지하는 한편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비판하고 과도한 연비 규제도 경계하고 있다”면서 “친환경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