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모어 댄 무어` 시대 핵심은 FoWLP… 성능 높이고 원가는 줄여

`모어 댄 무어(More than Moore)` 시대가 열렸다. 무어 이론을 능가하는 새 패러다임의 핵심은 패키징 시장 변화다. 패키징 기술이 발달하면서 반도체 회로 선폭을 줄이지 않고도 반도체의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요즘 가장 뜨는 패키징 기술은 팬아웃 패키징이다. 이 기술은 칩 면적을 늘려서 칩 활용도를 배가시켜 준다. 원가도 줄여 줘 `꿈의 패키징` 기술로 각광받는다.

◇지는 팬인 패키징

웨이퍼 가공 공정을 마친 반도체 실리콘 칩(Die)은 고객사로 출하되기 전에 패키징 과정을 거친다. 패키징 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메인 기판과의 신호 전달을 위해서다. 외부 습기나 불순물, 충격으로부터 칩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

패키지는 보통 실리콘 칩과 패키지 기판, 신호 전달을 맡는 범프(구 형태의 돌기), 몰딩 컴파운드, 접착제 등으로 구성된다. 이전에는 금선으로 리드프레임을 구성해 신호를 전달하는 패키지 방식이 주류였다. 그러나 칩의 집적도 확대에 따른 입출력(I/O) 단자 증가로 최근에는 범프를 그리드 형태로 배치한 볼그리드 배열(BGA) 계열의 패키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패키지 공정 방식도 진화했다. 가공을 마친 웨이퍼를 하나씩 잘라 패키징하는 다이레벨패키지(DLP) 방식보다 웨이퍼 상태 그대로 패키징을 수행하는 웨이퍼레벨패키지(WLP) 기술이 선호된다. 고난도지만 제대로 구현하면 한 번에 공정을 처리할 수 있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일반 방식인 BGA 타입 WLP는 패키지 I/O 단자를 실리콘 칩 안쪽에 배치한다. 이 때문에 팬인 방식이라고 일컫는다. 팬인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집적도가 높아지면 I/O 단자는 늘고 칩 면적은 좁아진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I/O 단자를 배치하려면 범프 자체 크기를 줄이고 간격을 좁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때그때 원하는 크기를 사용하려면 협력사와 사전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공급망 관리의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결국 원가는 높아진다.

◇뜨는 팬아웃 패키징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팬아웃 패키징 방식이다. 칩 바깥쪽에 패키지 I/O 단자를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경우 웨이퍼 칩 면적이 좁아지더라도 표준 볼 레이아웃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패키지 기판 없이 곧바로 몰딩 작업을 하는 공정 흐름이어서 원가도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얇은 두께를 구현할 수 있어 완성품의 소형화, 박형화가 가능하다.

NXP반도체의 77GHz 중장거리 차량 레이더 센서는 팬아웃 패키징 기술을 적용, 세계 최소형 크기를 구현했다. 애플 아이폰7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두께가 대폭 줄어든 이유도 팬아웃 패키징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전공정 분야의 기술 한계를 후공정 분야로 풀었다. 대만 TSMC가 애플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물량을 다 가지고 간 것도 이 같은 후공정 분야의 경쟁력을 일찌감치 확보해 놓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TSMC는 지난 2014년부터 각종 세미나, 전시회, 학회 등에서 FoWLP 독자 기술인 통합 팬아웃(InFO)의 경쟁력을 알려왔다.

반도체 소자 업계 관계자는 10일 “그동안 TSMC는 전공정 분야에 집중했고, 후공정은 외주 업체의 도움을 받아 왔다”면서 “그러나 직접 후공정 패키징 작업까지 도맡으면서 전문 패키징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팬아웃 패키징 기술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AP 외 통신 모뎀칩, 무선주파수(RF)칩, 전력관리칩(PMIC), 안테나스위칭모듈(ASM) 등으로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퀄컴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도 앞으로 자사 AP에 팬아웃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TSMC가 먼저 치고 나왔지만 앰코, ASE, 스태츠칩팩, 네패스 같은 전문 외주 반도체 패키지 테스트(OSAT) 업체들도 양산화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와 공동으로 FoWLP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은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용화가 목표다.

FoWLP 기술이 널리 확산되면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FoWLP는 패키지용 PCB 기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