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28호는 로봇 애니메이션의 한 획을 그은 대작이다. 1956년부터 일본 만화잡지에 연재된 철인 28호는 TV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영화 실사판을 제작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원격 조종기를 이용해 로봇을 조종한다는 개념도 처음 도입됐다. 애니메이션 대부분에서 주인공이 로봇 안에 탑승하는 데 반해 이를 탈피했다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28호 주인공 `강철(일본명 카네다 쇼타로)`은 조이스틱처럼 생긴 원격 조종기로 철인 28호를 조종한다. 어지럼증과 구토를 유발하는 탑승 방식보다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셈이다.
만약 지금 철인 28호를 만든다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집약될 것이다. 철인 28호는 온몸이 센서로 이뤄져 원격 조종기로 제어한다는 설정이다. 조종기와 철인 28호 신체가 서로 통신하면서 움직인다는 의미다.
철인 28호는 주인공 시야 안에서 미세한 조종이 가능하다는 설정이 있다. 이는 철인 28호가 원거리 통신보다는 근거리 통신에 적합하다는 의미다. 10~300m 통신이 가능한 지그비(ZigBee)나 800m까지 도달하는 KNX, 6LoWPAN 등이 적당하다. 각 관절 구조를 움직이기 위한 모터나 엔진의 전원, 전력 세기 정도만 제어하면 되기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필요가 없다. 수십kbps에서 수백k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소물인터넷(IoST) 쪽이 알맞다.
철인 28호는 특정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주먹으로 적을 타격하거나 발차기 등 기술을 쓰기 때문에 신체 움직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움직임을 원격 조종기로 제어한다는 게 쉽지 않다. 움직임 명령을 내리면 로봇 자체가 나머지 동작을 매끄럽게 이어나가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움직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기계 학습으로 동작해야한다. 신체 부위마다 어느 정도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철인 28호는 주인공만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로봇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원격 조종기가 악당 손에 들어가면 철인 28호도 악행에 쓰일 수 있다. 이것이 철인 28호의 이중성이다. 시청자는 혹여나 주인공의 원격 조종기가 적의 수중에 떨어지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나쁜 사람이 조종하는 철인 28호 만큼 난감한 것은 없다. 주인공이 원격 조종기를 잘 간수해야하는 이유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