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신차`다. 보통 세제 혜택이나 가격 할인보다 인기 있는 신차의 파급력이 강하다. 신차의 성공 여부는 그해 1년 성적을 판가름한다.
내년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자동차 내수 시장을 움직여 온 개별소비세의 인하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내년 신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올해에 이어 내년 역시 신차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몇 년 전부터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군 인수합병(M&A)의 성과가 신차로 이어지고 있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전 차급에 걸쳐 다양한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친환경차 시장에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본격 가세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내수 시장 감소 전망, 신차가 변수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내수 시장이 전년 대비 1.8% 줄어든 180만대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2.4% 더 감소한 176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급별 판매로는 신차 출시가 예정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준대형의 판매는 확대되지만 중형 이하의 판매 비중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경영연구소 관계자는 14일 “저금리·저유가 지속 및 준중형, SUV 등 주요 차급의 신차 출시가 내년 시장의 긍정 요인”이라면서 “2017년에도 SUV 판매는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차 시작은 소형차부터
새해 첫 신차는 기아자동차 모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내년 1월 모닝을 출시할 계획이다. 모닝은 경차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자리를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신형 쉐보레 스파크에 올해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줬다. 내년 초에 나올 모닝은 완전 변경 모델로, 디자인 업그레이드는 물론 첨단 편의 사양이 대거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의 소형 해치백 모델 클리오도 내년 초 출시가 예상된다. 유럽에서 독특한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인기를 끈 모델이다. 르노삼성은 QM3처럼 소형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소형 SUV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소형 SUV가 인기를 끌면서 현대차도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소형 SUV 시장은 쌍용차 티볼리가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형 SUV 시장에 기아차 소형 하이브리드 SUV 니로가 뒤를 쫓고 있고, 최근에 쉐보레 트랙스가 신형으로 가세하는 등 내년 SUV 시장에서 현대차 SUV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83㎞(238마일, 미국 환경청 인증 기준)에 이르는 전기자동차(EV) 볼트(Bolt) 또한 소형차 시장의 파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쉐보레 볼트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추가 충전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최초의 전기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연동 기능을 대폭 강화한 커넥티비티와 인포테인먼트를 탑재, 더욱 주목된다.
◇준중형, 준대형, 고급차까지 전방위 경쟁 구도 형성
올해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중형 세단 시장에서 일어났다.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위주에서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가 가세, 선두 경쟁을 펼쳤다.
내년에는 준중형, 준대형 등 다양한 차급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그만큼 신차의 차종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내년에 기대되는 준중형 모델로는 쉐보레 크루즈, 르노삼성 SM3가 있다.
쉐보레는 크루즈가 임팔라, 말리부에 이은 성공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시장에 먼저 선보인 신형 크루즈는 2008년 라세티 프리미어 이후 8년 만의 신모델이다. 올해 중형 세단과 중형 SUV로 돌풍을 일으킨 르노삼성이 내년 SM3로 준중형 시장에서 또 한 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어서 현대차 아반떼가 장악한 준중형 시장의 변화가 예고됐다.
준대형 시장은 이달에 출시 예정인 신형 그랜저와 K7하이브리드 등이 신차 효과를 내년까지 유지하면서 시장 경쟁을 가속시킬 전망이다. 수입차 준대형 시장에서는 출시와 함께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라선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맞붙는다. 5시리즈는 BMW의 베스트셀러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BMW 5시리즈는 내년 2월에 글로벌 시장, 4~5월께 국내에 각각 출시될 전망이다. 볼보의 S60도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제네시스 G70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제네시스는 EQ900와 G80에 이은 세 번째 모델로,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G70 주요 공략 대상은 고급 중형 수입차 시장이다.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이 일반차 준대형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첫 번째 모델인 EQ900은 트윈 터보엔진으로 법인은 물론 개인 수입차 수요까지 품는데 성공한 적이 있다.
대세가 된 SUV 시장도 주목된다. 쌍용차는 새해 상반기에 프리미엄 SUV Y400(프로젝트명)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년 국내 SUV 시장 비중이 24.6%에서 25.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차 시장, PHEV의 진격
하이브리드 자동차 위주의 전동 파워트레인 시장이 PHEV 진격으로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와 휘발유를 모두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전기차에 비해 편리한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다만 판매되는 차종이 몇 없어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엔진과 모터가 모두 장착돼 자동차 가격이 비싸지만 보조금이 500만원에 불과한 것도 문제였다. 전기차 보조금의 4분의 1 수준이다.
내년에는 다양한 PHEV 차량이 출시된다.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가 PHEV 버전으로 나올 예정이다. 내연기관과 자동차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PHEV 수입차도 기대해 볼 만하다. 토요타코리아는 내년 상반기에 프리우스 PHEV `프리우스 프라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프리우스 프라임의 가격은 프리우스보다 10~15% 높은 수준이어서 화제가 됐다. BMW는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330e, X5 x드라이브40e, 740e 등 3개 PHEV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