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43> 경로 바꾸기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43> 경로 바꾸기

코디는 할아버지 집으로 놀러 간다. 바니라는 공룡 인형이 있다. 튀어나온 주먹코와 광대뼈, 짧고 통통한 다리에 커다란 엉덩이. 그런데 바니가 말을 한다. 게다가 신기한 마법을 부린다. 코디에게 소원을 빌라고 한다. 하늘에서 알록달록한 무늬의 마법 알이 떨어진다. 마법 알과 온갖 재미있는 모험을 한다. `공룡 바니의 모험(Barny`s Great Adventure)`이라는 영화 줄거리다.

이 이야기는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MS) 사무실에서 시작됐다. 저스틴 키치는 제품 개발 담당이었다. 그는 유아 교육용 제품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다. 마침 `MS가 만든 최악의 제품`이란 세미나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팀원들과 “최악의 반대라면 독창성 강한 제품이 될 거야”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쓸모없는 제품을 만들기로 한다. 우선 집에서 바니 인형 하나를 가져온다. 사무실에 널려 있는 컴퓨터 칩을 심는다. 교육 가치라곤 없어 보이게 한다. 숫자나 A, B, C, D 또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얼마 후 재미 삼아 상사에게 보여 준다. 1997년 2월 `액티메이츠 인터액티브 바니(Actimates Interactive Barney)`라는 이름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377달러99센트. 컴퓨터 패키지까지 포함하면 393달러99센트다. MS는 “이것은 취학 전 아동 학습을 돕는 놀라운 기술 진보의 산물이랍니다”라고 홍보한다. 액티메이츠 바니는 훗날 수많은 상을 받는다.

로버트 서턴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은 어디서부터 올까요”라고 묻는다. 가끔 혁신은 별난 아이디어로부터 온다고 한다. 그래서 선입견은 큰 걸림돌이 된다. 사례는 얼마든 있다.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가 고용하기 전까지 제인 구달은 침팬지는 물론 고고학에 문외한이었다. 실상 리키가 발굴한 세 여성 가운데 다이앤 포시도 아마추어였다. 리처드 파인먼은 종종 동료들의 논문을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심지어 학생들이 이제껏 어떤 연구가 있었는지 찾아보기라도 하면 책망했다고 한다. 파인먼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제외하면 20세기 최고 물리학자로 불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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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어디서 올까. 어떻게 평범함과 상식을 넘어설까. 기업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서턴 교수는 먼저 루틴(routine)과 혁신(innovation)을 구분해 보자 한다. 루틴이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exploiting)이다. 반면에 혁신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것(exploring)이다. 맥도날드를 보자. 당장의 수익은 똑같은 빅맥 버거를 잘 만드는 데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영원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루틴에서 새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까. 다섯 가지 `기어 바꾸기`를 시도해 보자.

첫째 전문가 의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라. 구달은 기존의 학설 대신 관찰력, 감수성, 직관을 활용했다. 다니엘 응은 외식업에 문외한이었다. 1975년 홍콩에 첫 맥도날드를 열자 비아냥거림을 받게 된다. “광둥 음식문화권에서 햄버거란 것을 팔다니.” 그러나 그는 150개 맥도날드 점포를 운영한다.

둘째 모든 것을 일시성이라는 것으로 취급해 보라. 루틴은 영구성일 때 유효하다. 1967년 모토로라는 컬러TV 판매를 시작한다. 모토로라 대신 `퀘이사`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다. 컬러TV의 이윤이 박해질 즈음 마쓰시타에 넘긴다. 퀘이사로 운영했기 때문에 본사에서 따로 떼어 낼 수고는 필요하지 않았다. 2013년 파사소닉은 퀘이사 브랜드를 다시 끄집어낸다. 임시였기 때문에 유연했다.

셋째 가끔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해보라. 무언가 기존의 생각을 뒤집거나 비현실인 것이 있는가. 팜이 파일럿을 출시할 즈음 애플과 MS는 이미 실패한 뒤였다. 투자자들은 포켓용 PDA에 꽤 많은 손실을 입은 뒤였다. 회의론자 옆에는 기회가 있기도 하다. 액티메이츠 바니를 생각해 보라.

넷째 기업에 바꾸기 어려운 관행이 있다면 특별 이벤트를 생각해 보라. 문제해결조를 가동하는 방법도 있다. 비효율 관행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찾아 나서기도 한다.

다섯째 배타성 짙은 조직은 해산하고 다시 짜라.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아이디어에 매몰된다. 옥티콘은 보청기를 개발했다. 팀은 제각각의 제품에 매몰됐다. 모든 팀을 해체하고 다시 편성하기로 한다. 기능을 나눠 섞는다.

라르스 콜린 전 오티콘 최고경영자(CEO)는 가끔 CEO 역할이 만들기보다 해체하는 데 있다고 한다.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의 공헌도 정작 진잔트로푸스와 호모 하빌리스 화석을 발견한 것보다 선입견을 넘어 누군가를 바라본 데 있었다. 가끔 바른 방식은 이상하거나 상식과 반대된 곳에 있다. 서턴 교수가 혁신을 `이상한 곳에서 찾는 현명한 것(Weird and Wise)`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