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평가 심사인력 "기술평가보고서 심사 가이드라인 명문화 필요"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기술금융 평가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전문 심사인력은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평가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반기 보고서 제출 기준과 월별 보고서 제출 건수 연동 유무, 현장 실사 명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 심사인력의 순차적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실적 위주의 양적 성장 수치만을 고려한 나머지, 보고서 심사와 현장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심사관은 “기술금융에 대해 시중 은행은 정부에서 밀어붙여 마지못해 하고 있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전문 심사인력을 어쩔 수 없이 채용하고 구색 맞추기로 활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기술금융 대출이 기존 여신심사에 비해 대출 심사 과정에서 기술력 반영을 우선 파악해야 하는데 모든 과정이 허술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기존 기술신용평가를 담당한 신용평가사 보고서도 부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신평사에서 근무하다 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한 심사관은 “기존 신평가 기술심사는 그야말로 책상에서 보고서를 짜깁기 하는 수준”이라며 “지방 소재 기업 실사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사진 촬영과 제반 서류를 가져와 본사에서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허다하다”고 실토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고서는 시중은행이 또다시 짜깁기해 정보가 공유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 레벨2 지정을 받은 대형 은행은 하반기 심사인력 충원에 나섰다. 15명 이상 전문심사역을 확보해야 레벨3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기술금융 전문 인력 보강도 의미 없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 은행도 고충을 토로했다.

기술금융을 총괄하는 한 은행 임원은 “기존 대출 심사역이 있는 상황에서 기술금융을 특화해 구분한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기술금융에 대해 은행들 상당수는 옛 녹색금융처럼 한번 유행했다 사그라드는 사업으로 인식하는 곳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다보니 정규직 전환은 고사하고 1년 계약형태로 고용해 언제든 정리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은행에 채용된 심사역들은 기술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 순차적인 정규직 전환과 함께 구체적인 현장실사 가이드라인이 당초 취지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제도개선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