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I사의 연말 프로젝트 보고 현장. 중간보고 때만 해도 별 무리 없이 성공할 것 같다고 한 프로젝트들이 죄다 실패하고 말았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가 나게 생긴 상황이다. 분명 일을 진행하면서 이런 저런 문제가 있었을 텐데 제대로 보고한 팀은 하나도 없다. 실패 가능성을 알면서도 쉬쉬하는 직원들,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오늘의 성공 스토리
실패학을 창시한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실패는 감출수록 커지고 악화되지만 일단 드러내기 시작하면 성공과 창조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어떤 일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고 이를 되도록 빨리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사의 인정을 받고 싶은 부하 직원에게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이 잘 안될 것 같다. 어려울 것 같다`는 보고를 했다가는 자신의 능력이 없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 대부분이 끝까지 문제를 감추고 어떻게든 성공시켜 보려고 발버둥치곤 한다.
미국 포드의 전 최고경영자(CEO) 앨런 멀럴리는 이런 직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독특한 제도를 만들었다. 일명 `신호등 보고서`로 불리는 이 제도는 직원이 프로젝트 보고서를 올릴 때 프로젝트의 실패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게끔 하기 위한 장치를 도입했다. 주요 사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녹색`, 실패할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노란색`, 100% 실패가 확실하면 `빨간색`으로 보고서에 표시한다.
이 제도를 실시한 뒤 첫 번째 회의에서 직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전원이 녹색으로 표시된 보고서를 올렸다. 위기 상황을 솔직하게 보고했다가 괜히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봐 두려워한 것이다. 이걸 보고 크게 실망한 멀럴리는 직원들에게 “지난해부터 수십억달러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며 다그쳤다.
그리고 몇 주 후 열린 두 번째 회의. 드디어 노란색으로 표시된 보고서가 하나 올라왔다. 이것을 들고 온 직원은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안전상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발견됐다며 이 제품의 출시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 회의장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숨을 죽였다. 그때 멀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솔직하게 문제 상황을 얘기해 준 그 직원을 칭찬했다. 이 일이 있은 후 경영회의에는 점점 더 다양한 색깔의 보고서가 올라왔다. 이들은 노란색과 빨간색 프로젝트의 실패 가능성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모았고, 이 덕분에 포드는 더 큰 실패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멀럴리가 영입된 이후 포드는 파산 위기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적자 기업에서 흑자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빌 포드 회장은 “멀럴리는 CEO 명예의 전당에 오를 인물”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도 `킬 피(Kill Fee)`라는 제도를 통해 직원이 실패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한다. 이는 성과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짙은 프로젝트에 대해 사실대로 보고하는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제도로, 일종의 인센티브라고 할 수 있다. 일정 비용을 들여서 실패했을 때 더 큰 비용이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한 장치다. 보통 제약회사는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 엄청난 돈을 연구비로 투자한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실패 가능성이 발견돼도 이미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서 바로 포기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긴다. 그러나 이렇게 프로젝트를 질질 끌다 보면 비용만 더 낭비하게 된다. 머크는 킬 피 제도로 직원 사이에 자연스럽게 실패를 드러내는 문화를 만들어 준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적자에 허덕이던 머크는 이렇게 실패 가능성이 농후한 프로젝트들을 걸러내고 2008년엔 흑자를 보게 된다. 이후 머크 매출은 상승세를 탔고, 2015년 66개국에서 총 128억5000만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실패 가능성을 말하기 두려워하는 직원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가. 그럴 땐 포드와 머크처럼 자연스럽게 실패 가능성을 드러내 줄 제도를 만들어 보자. 더 이상 예상치 못한 실패로 인해 뒤통수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정리=조은실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 제작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