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 사태가 창조경제혁신센터로 확산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최씨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도 서울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 17개 혁신센터 전담 기업을 맡고 있는 대기업들이 몸을 사린다. 올해 들어서면서 혁신센터 지원에 미지근한 움직임을 보인 대기업들의 지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45억6900만원이던 창조경제혁신센터별 전담 기업의 기부금은 올해 8월까지 160억100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올해 집계가 8월까지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전체 기부금의 3분의 2와 비교해도 전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4%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기부금이 줄어든 것은 혁신센터 출범 첫해인 지난해 많은 금액이 몰렸기 때문에 상대 평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지원에 비적극 태도로 돌아선 분위기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부 전담 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도 지원 축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최순실 사태 이전에도 지난해 말부터 혁신센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지난해 말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속 가능성`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보고서는 `차기 정부가 집권하는 2018년 이후 현 정부와 거리를 두기 위해 재정 지원을 중단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정권이 교체되면 예산뿐만 아니라 센터 존립 자체도 불확실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하면서 이는 현재 혁신센터 직원들의 직무 만족과 몰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기업들은 더욱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 최씨 남편인 정윤회씨의 동생이 스마트교육 업체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이었던 것이 알려졌고, 차은택씨 역시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에 일부 영향력을 미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여론도 안 좋다. 벌써부터 사업 차질도 빚고 있다. 당장 경북, 부산센터는 센터장 공모에 지원자가 적어 재공모에 들어갔다.
전담 기업들은 분위기만 살피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6일 “당장 센터 운영을 중단하거나 지원을 줄일 계획은 전혀 없고 계획대로 운영할 것”이라면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지원을 줄이면 내년 이후 정상 운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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