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넘어 C&D로…삼성 JY식 신산업 대응전략 확대

삼성전자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이틀 사이에 굵직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발표했다. 이전과 경영 전략이 180도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폐쇄성의 `기술 내재화 전략`에서 벗어나 이미 개발한 기술이나 성공한 기업과의 M&A와 지분 투자로 신속하게 기술을 확보하는 이른바 `연결개발(C&D)` 전략이다. 전장 사업,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인공지능(AI), 센서 등에서 M&A와 투자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미국 전장 전문 기업 하만을 9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초대형 계약을 발표했다. 16일에는 리치커뮤니케이션서비스(RCS)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기업 뉴넷캐나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삼성전자가 인수한 기업은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캐나다 디지털 광고 기업 `애드기어` △미국 럭셔리 가전 업체 `데이코` △미국 AI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 등이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아페로`가 개발한 초소형 IoT 모듈
삼성전자가 투자한 `아페로`가 개발한 초소형 IoT 모듈

지분 투자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센시프리, 유니스펙트럴, 지오메드, 케이샤, 봇홈오토메이션 등 5개 해외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들 기업은 웨어러블 기기용 센서, 초정밀 분광센서, 바이오 사업을 한다. 2분기에도 큐오바이트, 아페로, 그래프코어 등 3개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다. 각각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SDS), IoT용 초소형 플랫폼, 머신러닝 기술 적용 프로세서 등을 개발한다.

삼성전자 M&A와 지분 투자는 C&D로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고, 다양한 융합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형태로 전략을 수정했음을 의미한다. 핵심 기술을 내재화해 경쟁력을 갖추던 제조업 스타일의 R&D와 제품 개발 전략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 등 기술 장벽이 높은 부문은 내부 R&D 역량 강화, IM(IT와 모바일)이나 CE(소비자가전) 부문은 외부 자원을 활용한 융합 제품 개발 체제로 이원화했다.

C&D 전략은 필요한 기술을 적시에 인수나 투자, 제휴 등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외부 인력이나 기업 등 기술과 연계해 새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함으로써 빠른 시장 진입과 상업화가 가능하다. 지금처럼 기술 변화와 발전이 빠른 시기에 적합하다. 다만 보유한 기술이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스마트싱스 제품 소개
스마트싱스 제품 소개

C&D 전략 성공 사례도 나왔다. 스마트싱스와 루프페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8월 미국 IoT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를 인수하고 IoT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토대로 2020년까지 전 제품에 IoT를 적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2월에 인수한 미국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는 삼성전자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 됐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삼성페이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폐쇄형 R&D에서 개방형 C&D로의 전략 변화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실리콘밸리 혁신`을 주문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들은 C&D로 기술을 빠르게 확보한다. 한 사례로 구글은 AI에 관심을 가지면서 2001년 이후 AI 관련 기업 M&A에 약 280억달러(약 32조6800억원)를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C&D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만 인수로 삼성전자의 전장 부품 사업부에 대한 의지가 재차 확인됐다”면서 “이번 인수는 C&D 전략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2014. 5) 이후 삼성전자 주요 M&A 현황>


이재용 부회장 체제(2014. 5) 이후 삼성전자 주요 M&A 현황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