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 카드사가 참여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테스트베드가 올해 말 구축된다. 대형 가맹점 8만여곳에 모든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공통 NFC 단말기를 설치하고 비자나 마스터카드 규격이 아닌 한국형 NFC 표준을 적용한다.
테스트베드가 구축되면 결제 단말기 하나로 국내의 모든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
23일 KB국민, 롯데, 삼성, 신한, 하나, 현대, 비씨카드, NH농협은행 8개사가 참여한 모바일협의체는 올해를 목표로 NFC 시범 존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공통규격 동글을 8만여 가맹점에 구축, 특정 지역에 NFC 시범사업존을 만들기로 했다. 현재 결제단말기는 막바지 개발 단계에 있으며, 시범사업 지역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프로젝트는 개별로 사업을 해 온 카드사들이 처음으로 공동 표준을 만들고, 카드사 주최의 첫 핀테크 사업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변기호 모바일협의체 의장은 “NFC를 카드 산업에 접목, 카드결제 고객에게 동일한 결제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이 목표”라면서 “플랫폼 기업이나 디바이스 제조사, 글로벌 영향력이 큰 플레이어가 아닌 카드업계가 페이먼트 시장에서 한목소리를 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카드사별로 강점이 있는 지역을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별도의 투자 예산도 곧 집행하기로 했다.
이미 애플, 인롄,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는 NFC 결제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페이먼트 시장이 NFC 결제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짙다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은 NFC 결제 사업 확대에 몇 차례 나섰지만 시장에서 외면, `NFC 후발국`으로 분류됐다.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와 카드사, 통신사가 서울 중구 명동에 세계 최초로 NFC 기반의 모바일카드 시범 사업을 펼쳤지만 실패한 바 있다.
국내 카드사가 연합해 다시 NFC 결제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은 글로벌 결제 기업의 NFC 투자 확대로 시장에서 카드사의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카드사들은 NFC 사업 확장에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별도 투자와 마케팅을 하다 보니 가맹점 확보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제한된 서비스만 제공했다.
이번 카드사 주도의 NFC 시범 사업은 국내 표준과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모든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범용성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 프로세스 기업이 NFC 시장에서 자사 규격을 강제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핀테크 시장에서 그동안 카드사는 중복 투자와 치킨게임을 벌여 온 게 사실”이라면서 “이번 NFC 시범 사업을 계기로 향후 공동 사업을 벌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범 사업 안착 후에는 전국으로의 NFC 결제 인프라 확대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