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8일 지금까지 수사에서 기업인 피의자 전환은 없다고 밝혔다. 세차례나 압수수색을 한 삼성에 대해서도 피의자 전환자는 없다고 했다. 검찰이 최순실 사태 성격을 기업 책임 보다는 민간인 국정 개입과 정권 차원의 사적이익 강압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대면조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불응 의사`를 거듭밝혔다. 세 번째 검찰 대면조사 거부다.
◇朴대통령, 검찰 대면조사 또다시 불응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업인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도 피의자 전환된 사람은 없음을 분명히했다. 기존 `기업은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최순실 씨의 부당한 압박으로 기업 돈을 뜯어냈다는 것을 조사결과로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이날 박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대면조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불응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28일 “검찰이 오는 29일 요청한 대면조사를 협조하기 어렵다”라고 발표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대면요청에 대한 답변`이라는 제목으로 “주지하다시피 대통령께서는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방안 마련 및 29일까지 추천될 특검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며 “변호인으로서는 27일 검찰에서 기소한 차은택씨와 현재 수사 중인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준비를 감안할 때 29일 대면조사에는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주일 넘게 침묵으로 일관한 박 대통령은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앞서 박 대통령 변호인 측에 29일까지 대면조사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세 번째 대면조사 요청서를 보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대기업 출연 강요와 3자 뇌물죄 적용 여부를 밝히기 위해선 대통령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야당, 특검·탄핵 `속도`…예산안 협의는 뒷전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특별검사 후보군 압축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은 최종 합의한 특검 후보 2명을 2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이미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각각 추천한 특검 후보군이 상당 부분 겹쳐 후보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천 인사들이 야권 입장과 달리 상당수가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설득 작업이 남았다. 29일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박 대통령은 3일 이내인 12월 2일까지 특검 1명을 임명해야 한다. 이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검후보를 추천하면 임명하는 건 의심하지 않아도 되냐는 질문에 “여러 번 얘기했던 부분”이라며 임명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관 후보군과는 달리 특검은 본인들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싫어한다”며 “우리가 추려내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안 하겠다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특검 후보군 선정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야3당은 탄핵안 마련에도 속도를 냈다. 주말동안 각 당에서 마련한 탄핵안 초안을 기반으로 단일안 마련해 머리를 맞댔다. 초안에는 제3자 뇌물죄 혐의 등이 포함됐다. 야3당은 29일까지 단일안을 도출한 뒤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의원과도 상의해 탄핵안 최종본을 만들고, 이후 가결을 위한 정족수를 확보해 탄핵 절차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당 내홍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절차에 합의했다. 후보 3인을 비주류에서 추천받고 의원총회 안건으로 올려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또한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이날 논란 속에서도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 징계 요구안을 심의했다.
탄핵으로 요동치는 정국 속에 400조 내년 예산안 처리 시한은 사흘앞으로 다가왔다. 이날 역시 심도있는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인세·소득세 인상과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여당이 탄핵안 본회의 처리 불가 근거로 든 다음 달 2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원인무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