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 예산안 처리 소홀함 없어야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2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는 규모다. 예년 같으면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던 예산안 심사는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나라 전체가 `탄핵정국`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산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다. 그렇지만 국회는 두 달이 지난 이달 7일에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소위를 가동했다. 법정 처리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슈퍼예산`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현미경 심의가 요구되지만 심도있는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각 상임위는 최순실 예산 등 1조5000억원 감액 대신 40조원 증액을 요청하고, 예결위는 전체 예산의 10%를 비공개 회의로 심사를 결정했다. 예산 증액 심사를 밀실에서 진행하다 보면 졸속 심사와 함께 선심성 쪽지예산 등 나눠먹기식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처리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정국 혼란으로 예산 심의가 늦어지고 법인세 인상, 누리과정 예산 등을 놓고 여야 이견이 워낙 크다 보니 변수가 많다. 더욱이 12월 2일은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어 처리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

지난 2년 동안 국회는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지켰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도 여당 단독으로 표결 통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자칫 준예산 편성 사례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나라의 관심은 온통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쏠려 있다. 예산안 쟁점이 첨예하지만 여야는 관심 밖이다. 가뜩이나 수출 부진에 연말 소비절벽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다. 나라 살림에 직결되는 예산안 심의와 처리가 부실하면 후유증은 말도 못할 정도로 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청와대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고 탄핵에 직면해 있다. 국회는 청와대와 함께 민생과 나라 경제를 챙기도록 국민으로부터 임무를 부여 받았다. 탄핵 처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지만 예산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