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브로드웨이는 네온사인으로 환하게 물들었다. 멀리 보자르 양식의 기둥과 망사르 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파도 모양의 입구를 지나 대리석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라이시엄극장은 관객들로 꽉 찼다. 그날은 한 젊은 여배우의 공연이 있었다. 사실 나는 기분 풀 만한 코미디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는 우스갯소리와 배꼽 잡는 농담 대신 신랄한 풍자와 사회 비판을 쏟아 놓았다. 장르는 코미디지만 웃음은 덤이었다. 나는 정말 대단한 공연을 봤다는 느낌에 막막해졌다. 그 후 우피 골드버그를 볼 때면 그날 공연을 다시 생각하곤 한다.”
제품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신제품이 쏟아진다. 소비자의 생각과 취향을 따라 기능과 제품이 늘어 간다. 이런 제품 확장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더해 가기다. 기존 제품의 성능을 높이고 기능을 추가한다. VCR를 보자. 4배속 다음에 8배속, 그다음에는 16배속 기능이 붙는다. 세탁기에는 표준·찌든때·삶음·급속을 비롯해 이불·울·타월 같은 이름의 버튼이 계기판을 채운다. 둘째는 곱하기 방식이다. 새 기능이나 여러 기능을 묶는다. 레몬맛, 체리맛, 무카페인, 무설탕이 나온다. DVD 플레이어에 모니터가 붙는다.
기업은 더 좋은 제품을 출시하고,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러나 곧 관심은 식고, 또 다른 신제품을 기웃거린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기쁨이 반복되면 당연한 것이 된다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난처한 질문을 던져 보자. “소비자들은 기업의 노력에 감동을 느끼고 있을까.”
야후는 포털 최초로 뉴스 코너를 만든다. 여기에 날씨, 쇼핑, 부동산, 게임, 별자리 코너를 추가한다. 알타비스타, 익사이트, AOL이 따라나선다. 더 많은 서비스를 담기 위해 경쟁한다. 홈페이지는 다양한 정보와 화려한 이미지로 채워진다.
1999년 웨스틴호텔은 `헤븐리 베드` 서비스를 시작한다. 최고의 침대, 베개, 쿠션, 이불로 치장했다. 3000만달러를 들인 프로젝트다. 경쟁이 시작된다. 힐튼은 세러니티 베드, 메리엇은 리바이브 컬렉션, 라디슨은 슬립넘버 베드를 각각 선보인다.
반면에 구글은 로고와 검색창 하나로 시장에 등장한다. 2002년 미니쿠퍼는 `XXL XL L M S MINI`라는 광고판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당신이 생각하는 작은 것(S)보다 더 작다는 일종의 도발이다.
도브는 2004년 `에볼루션`이란 112초짜리 동영상을 선보인다. 평범한 모습의 여성이 등장한다. 엄청난 화장과 머리 손질이 시작된다. 사진을 찍고, 보정 작업을 한다. 광고판 속 사진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다른 회사가 최고의 슈퍼모델로 경쟁할 때 도브는 “우리 모두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한다.
버켄스탁도 마찬가지다. 모든 브랜드가 예쁘고 깜직한 디자인으로 경쟁할 때 펑퍼짐하고 밋밋한 데다 금방이라도 노란색이 묻어 날 것 같은 슬리퍼로 시장에 등장한다.
문영미 미국 하버드대 MBA 교수는 `디퍼런트`에서 네 가지 다른 방식을 말한다. 첫 번째는 오그멘팅(Augmenting), 즉 증식하기다. 기능을 추가하고 새로 조합한다. 새로운 것이지만 누군가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가역(Reverse) 방식이다. 부수 가치를 없애고 신선한 가치에 집중한다. 구글, 이케아는 리버스 포지션 브랜드로 불린다.
세 번째는 도발(Hostility)이다. 소비자를 구분하고, 기존 브랜드와 선을 긋는다. 안티마케팅이나 적대적 브랜드로 불리기도 한다.
네 번째는 일탈(Breakaway)이다. 1983년 니콜라스 하이에크는 스와치를 선보인다. 당시 스위스 시계라면 값비싼 보석과 기계식 톱니바퀴가 달려야 했다. 온갖 색깔의 플라스틱 덩이는 그 자체로 일탈이었다.
저자는 진정한 혁신은 새로운 생각의 틀을 보여 줄 때 비로소 유효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 그것을 실천하라”고 한다. 고유한 색깔 찾기를 하라는 말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일상에서 이유 없는 차이 만들기에 집중해 온 것은 아닌지, 선택한 것에 나름의 이유를 찾고 있는지. RHB 방식은 그래서 한번 생각해 봄 직하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