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퇴진 선언]멈춰선 R&D 컨트롤타워…`무산 위기` 국가전략프로젝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10일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10일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혁신 컨트롤타워를 표방한 `과학기술전략회의`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으로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전략회의에서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확보방안으로 선정된 `국가전략프로젝트`도 좌초 위기에 빠졌다.

29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전략회의는 올해 초 정부 R&D를 총괄 조정하는 기구로 만들어졌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국가 과학 전략 추진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번 퇴진 입장으로 기능이 `올 스톱` 됐다.

언제 다시 회의가 재개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월 2차 전략회의가 열린 뒤 지금까지 3차 회의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 회의를 지속시킬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행 전략회의 설치·운영 기준은 대통령을 의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새롭게 규정을 고쳐야 하지만 미래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일단 전략회의 안건 수집 등 업무는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 “아직 내부 방침이 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략회의가 빛을 잃으면서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무산 가능성도 한 층 더 커지게 됐다.

국가전략프로젝트는 2차 전략회의에서 선정된 국가 역점 R&D 사업이다. 분야는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AI △스마트시티 △가상증강현실 △정밀의료 △신약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등이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민간 투자 6152억원을 포함해 총 2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개별 프로젝트에 많게는 3000억원 정부지원금이 투입돼 국가 주요 신산업 분야로 육성될 전망이지만 앞으로의 과정이 험난하다.

당장 예비타당성 조사부터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부터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AI, 스마트시티, 정밀의료 5개 부문에 대한 예타를 진행 중이다.

이번 주 2~3개 부문 예타 결과를 밝힐 방침이지만, 3개월여라는 짧은 기간 진행된 예타로 졸속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내년도 예산을 세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예타 통과 내용을 심의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은 내달 2일까지 예결위로 넘어가야 한다.

설령 모든 관문을 넘어 내년도 예산을 확보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사업이라는 멍에를 쓴 채 무산될 가능성도 크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정부가 과학기술전략회의로 국가 R&D를 총괄 혁신하겠다는 말이 허언으로 끝나게 생겼다”면서 “국가전략프로젝트도 너무 무책임하게 졸속으로 진행돼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권현준 미래부 과학기술전략회의지원 국장은 “내년도 국가전략프로젝트 예산은 예타 결과가 나오면 미방위에는 보고만 하고 예결위에서 심의하기로 했다”면서 “이미 예결위에서 심의 중인 부분도 있어 무산위기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