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출시 예정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아이폰에 국내 기업이 만든 연성회로기판(FPCB)이 사용된다. 한국산 OLED 디스플레이가 공급되면서 FPCB도 한국산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한 효과로 풀이된다. 그동안 부진에 시달려 온 국내 FPCB 산업의 반등이 기대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삼성전기가 차기 아이폰에 FPCB를 공급할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플렉스와 비에이치는 납품을 위한 공장 증설에 착수했고, 삼성전기는 공급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애플에 납품할 제품은 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경연성(RF) PCB가 유력하다. 단단한 `경성(Rigid)` 기판과 구부러지는 `연성(Flexible)` 기판을 결합한 PCB로, 스마트폰 메인기판과 연결돼 디스플레이가 원활히 동작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내년 2분기부터 납품이 시작될 예정이다. 물량은 2017년 한 해 6000만~700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삼성전기가 선정된 건 FPCB 전문 기업인 데다 OLED용 제품을 생산해본 경험 덕분이다. 애플은 올해 초 차기 아이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후 후속 작업으로 OLED에 들어갈 FPCB 공급 업체를 찾았다. 국내외 다수 후보가 리스트에 올랐지만 OLED용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가 핵심 선정 요소였고, 국내 기업이 이를 충족했다. 해외 유수의 업체를 제치고 우리나라 기업만 이름을 올린 점이 주목된다.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삼성전기는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OLED 시장 개척에 함께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OLED 상용화에 뛰어들고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애플 수주에 효과를 발휘했다. 그동안 아이폰용 FPCB는 주로 일본과 대만 업체가 납품해 왔다.
국내 FPCB 산업은 이번 애플의 공급으로 반전 기회를 맞았다. 업계는 지난 2~3년 동안 구조조정에 시달렸다. 수요 부진에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한파를 맞았다.
성호중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 팀장은 “애플의 한국 FPCB 선정은 호재”라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희색을 띠었다.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삼성전기는 각사 베트남 공장에서 FPCB를 만들어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박닝성에 OLED 모듈 제조 공장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FPCB를 OLED 패널과 결합, 하나의 디스플레이 모듈로 만들고 이를 애플 쪽에 공급한다.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삼성전기는 애플 공급과 관련해 “고객사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