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두들 답답해 하고 있다.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전투기로 불과 5분 거리에서 핵무기를 들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 무역, 아니 경제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은 지금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 안하무인식 위협적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가 흔들리고 있고, 이제까지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올린 우리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추락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지금 엄중한 이때 우리를 더욱 피곤하게 하는 것은 지금 겪고 있는 미망과 혼란과 분노가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이 혼란과 분노를 누가 해소시키고, 나아가 누가 앞으로의 청사진을 펼치면서 국민적 통합을 이룰 것인가. 누가 국민들의 불만과 답답함을 어루만져 주면서 이 불쌍한 백성들을 언덕 너머 저 행복의 나라로 이끌어 갈 것인가. 우리를 짓누르려고 하는 강대국에 가서 누가 우리 대한민국의 진정한 소리를 설득력 있게 설파할 수 있을 것인가.
대통령마다 예외 없이 임기 4년차에 꼭 약속이나 한 듯 스캔들이 터지는 것을 경험했다. 다들 사심 없이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자기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고 공언하던 사람들 아니던가. 그리고 솔직히 우리가 그 사람이 깨끗하고 일 잘할 것 같다고 해서 찍어 준 사람들 아니던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왜 우리는 반복해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이게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쏠려 있는 제도의 문제인가. 내각제나 2원 집정제를 하면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는가.
개헌이 먼저니 하야가 먼저니 탄핵이 먼저니 하며 서로 따지고들 있다.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국가 미래나 국민 행복을 위해 앞에 나서고 있을까. 우리는 역사에서 많은 권력자가 자기 한 몸의 영달과 자기 패거리의 권세를 위해서 애꿎은 민초들을 희생시키는 것을 수 없이 보아 왔다. 그런 사람이나 지금 떠드는 사람이나 무엇이 다른가? 항상 `혹시` 하다가 `역시` 아니었던가?
지금 검찰이나 특검에 불려 다니는 사람도 다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있다. 모든 것이 내 탓이 아닌 남 탓을 한다. 내가 찍은 대통령, 내가 모시던 대통령을 스스로 부정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과연 지금의 사태에 대해 나는,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 우리가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실체를 잘 모르고 찍었다면 지금은 사건의 전말과 문제의 본질을 정말 잘 알고서 광화문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지금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아니 고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도 바로 자기 자신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생각을 고쳐서 우리 가정을 고치고, 우리 직장과 사회를 고치고, 우리나라를 고쳐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도덕과 윤리의 가치를 인식하고,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기꺼이 짊어지고, 법과 질서를 스스로 지키는 선진 시민이 돼야 한다.
우리가 대통령을 고치려 하고 국회의원과 일부 공직자의 도덕관 및 사리사욕의 행태를 고치려 하기 때문에 매번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우리가, 국민이 변하기 전에는 이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입으로는 변화와 혁신, 진보와 보수를 말하지만 사회 기득권층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촛불이 전 도시에 깔려도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아마 지금도 서로 패거리끼리 모여 대책회의를 하면서 어떻게 권력을 잡을 것인지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민초들은 불가능한 일을 하면서 왜 안 되냐고 한탄하지 말고 가능한 일부터, 나 자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촛불을 들고,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 국민이 변해야 정치가가 변한다.
대학 다닐 때 노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한창 학생들이 데모하고 있을 때 그분은 깐깐하게 수업을 했다. 학생들이 항의하자 우리 사회에 데모하는 학생도 있어야 하지만 이 소란 속에서도 공부하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며 “데모는 그럴 듯하지만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데모는 그동안 소외된 정치가가 다시 권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오히려 지금 공부하는 학생이 나중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 말씀이 새삼스럽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