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사업이 중요한 전환기에 놓였다. 내년 사업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5년 542억달러에서 2025년 1864억달러로 연평균 13% 성장하는 스마트카 전장 시장에서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무려 80억달러에 이르는 규모의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LG전자도 수년간 투자와 사업 준비를 해 왔다. 그러나 전장 시장에서 아직은 후발 주자다. 단기간 내 글로벌 주요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응이 필요하다.
업계는 두 회사가 내년에 전환점을 마련한 후 2018년부터는 전장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진단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3분기까지 하만과의 인수를 마무리하고 2018년부터 전장 사업 본궤도에 오른다. LG전자는 2018년 흑자 전환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내년에 시작한다. 내년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모두 분수령이 되는 시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래 전장 사업을 좌우할 내년 사업 계획 및 전망을 분석한다.
◇삼성, 하만 품고 티어원 초고속 진입
삼성전자는 지난해 조직 개편 때 전장사업팀을 신설, 전장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신설한 전장사업팀은 사업보다 중장기 사업 전략 마련에 집중했다.
전장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가 택한 전략은 인수합병(M&A)을 통한 빠른 시장 진입이었다. 기존 사업처럼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해서 내재화하기보다는 적절한 회사 인수로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자동차부품 자회사 마그네티 마렐리의 인수를 타진했고,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 비야디(BYD)에 5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최종으로는 글로벌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 M&A에 정점을 찍었다.
하만은 다양한 전장부품 시장에서 대체로 고른 사업을 하고 있다. 분야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10%, 텔레매틱스 10%를 차지한다. 안전과 보안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갖췄다. 특히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로 압축하면 시장 점유율 24%로 1위다. 고객사도 아우디, BMW, 벤츠 등을 확보하고 있다.
하만을 품은 삼성전자는 내년 전장 사업의 최우선 과제를 글로벌 완성차 업체 `1차 협력사(Tier1)`가 되는 것으로 정했다. 하만과의 공동 개발로 실제 부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최단 시간 안에 완성차 업체에 공급함으로써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 부사장은 4일 “과거 10년이 PC 시대이고 현재 10년이 스마트폰 시대라면 앞으로 10년은 스마트카 시대가 될 것”이라면서 “(내년 3분기에) 하만 인수를 마무리하면 2018년 모델부터는 (삼성 부품을 사용한 차량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중 시장 진입을 위해 전장사업팀 규모를 키울 것으로 점쳐진다. 하만과 공조하기 위해 현재의 기획 담당 외에 개발 인력을 추가하는 등 내부 조직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업팀에서 사업부로의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하만 인수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내년 3분기인 만큼 당장 내년 초부터 조직을 대폭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 인포테인먼트 위주에서 전기차·커넥티드·자율주행 3대 부품 위주로 가속
그동안 LG전자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의 매출은 인포테인먼트 부품이 주를 이뤘다. 카오디오,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텔레매틱스 부품 등이다. 통신 모듈을 장착한 LG전자의 텔레매틱스는 전 세계 점유율이 22%에 이른다. 카오디오와 AVN도 세계 약 6.7%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 VC사업본부를 유지해 온 동력이었지만 부가가치가 그다지 높은 영역은 아니다.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전기차·커넥티드·자율주행 3대 부품 위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 LG전자는 VC사업본부 출범 이후 매년 3000억~4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해 왔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앞으로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전기차부품, 인텔리전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커넥티드카 부품 등 미래 스마트카용 전장품 매출 비중이 급격히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티핑포인트 마련을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지난 1일 LG전자는 VC사업본부에서 IVI(차량내인포테인먼트)사업부와 첨단운전보조장치(ADAS) 사업을 통합, 카인포테인먼트를 총괄하는 `스마트사업부`를 신설했다. 인포테인먼트와 첨단운전보조시스템을 융합,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앞으로 전기차 부품 매출이 전체 전장의 약 25%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도 VC사업본부는 전기차 부품 개발 시험, 배터리 고전압시스템·배터리팩 개발, 모터·인버터 R&D, 전기차 부품 품질보증 등 분야에 직원을 채용하면서 전기차 부품 R&D를 강화하고 있다. 전동장치(e-PT) 및 자동차공학(VE) 사업 등 친환경 전기차 부품 분야를 `그린사업부`로 통합하는 등 고객 밀착형 조직으로 재편했다. 내년부터는 제너럴모터스(GM) 외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공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글로벌 완성차 업체, 통신사와 5G 커넥티드카 부품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면서 커넥티드카 관련 사업 방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인포테인먼트 사업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벤츠가 LG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첨단 인포테인먼트 상용화에 속도가 붙었다.
LG전자 관계자는 4일 “GM이나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는 미래 기술에 대해 선행 제안, 협업을 하고 있다”면서 “선행 제안을 위해 그동안 과감한 투자를 해 왔다”고 말했다.
<전장시장 전망>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