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 전자쇼`로 불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내년에 50주년을 맞는다.
CES는 반세기 동안 흑백TV에서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대표 전시회로 전자산업 혁신을 이끌었다. 올해 초 열린 CES 2016의 전시장 크기는 17만㎡(약 5만1515평)로, 미식 축구장 31개와 맞먹는 규모였다. 그러나 CES가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건 아니었다. 1967년 뉴욕 호텔에서 흑백TV와 스테레오 라디오 등이 단촐하게 선보였다. 총 117개 회사와 1만7500명의 관람객이 참관했다. CES의 출발이었다. 이후 전시회 규모가 눈부시게 커졌다.
50주년을 맞는 내년 1월 전시회에는 3800여 제조사가 전시 공간을 꾸리고 로봇, 웨어러블 기기, 가상현실(VR), 자율주행 시스템 등을 전시한다. 관람객은 약 16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50년 동안 참가사는 약 30배, 관람객은 9배 늘어난 것이다. CES는 신기술과 첨단제품 경연장으로, 세계 전자 산업의 현재와 미래 트렌드를 보여 주는 행사로 명성을 이어 갈 전망이다.
◇세계 최대 규모 국제 전자박람회로 자리매김
CES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전자박람회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개최하는 행사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글로벌 전자·정보기술(IT) 기업이 신제품과 사업 전략을 소개하는 비즈니스 전시회에 방점이 찍혀 있다.
CES는 1967년 6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열렸다. 원래 CES는 시카고뮤직쇼의 메인이벤트였지만 별도 행사로 분리되면서 역사의 막을 올렸다. 첫 전시회는 뉴욕 힐튼호텔과 아메리카나호텔에서 열렸다. 당시 전시 기업은 117개, 참관객은 약 1만7500명이었다. 1972년에는 개최지가 시카고로 변경됐다. 이어 1973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다가 1978년부터 1월에 라스베이거스, 6월에 시카고에서 1년에 두 번 열리는 행사로 커졌다. 그러나 6월 전시회는 흥행에 실패하면서 올랜도 등지로 순회 개최되다가 1998년에 폐지됐다. 결국 CES는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것으로 자리를 굳혔다. 초기에는 TV, 냉장고, 세탁기 같은 생활가전 제품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기기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매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와 함께 세계 3대 IT전시회로 불린다. 참가 기업은 1년 동안 갈고닦은 기술력과 제품을 CES에서 선보이며 기술 및 제품 경쟁력을 세계인으로부터 평가받고 있다.
◇잇달은 혁신 제품으로 시대 선도
CES는 내로라하는 세계 전자 및 IT 기업들이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 전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마당이 됐다. 그동안 기업들은 CES에 맞춰 제품을 공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 네덜란드 필립스는 1970년 비디오카세트녹화기(VCR)를 선보여 시선을 받았다. 당시 가격이 2000달러에 이르던 고가 제품으로, CES에서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1974년에는 레이저디스크가 나왔고, 1976년에는 저가 디지털 시계가 세상에 모습을 선보였다. 1981년에는 콤팩트디스크(CD)와 캠코더, 1988년에는 전 세계 인기를 끈 게임 `테트리스`가 출품됐다. 1998년에는 고화질(HD)TV, 2000년에는 위성 라디오가 각각 소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디오게임기 `X박스`(2001년), 블루레이디스크(2003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2008년) 등도 CES에서 처음 선보이며 세계 소비를 선도했다.
출시 제품이 변화를 보인 만큼 전시업체도 부침을 겪었다. 초기에는 미국 전자업체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어서 일본, 다음에는 한국이 전시장을 빛냈다. 최근에는 중국업체가 득세하고 있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뒤처진다는 전자업계의 불문율이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물론 계속 자리를 지킨 기업도 있다. 파나소닉은 내년 50회를 맞는 CES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킨 세계 유일 가전회사다. CES 주최측에 따르면 총 37개 기업이 40번 이상 참가했다. 그 가운데 3M, 필립스, 샤프, 소니, 도시바 등 10개 기업은 1회 전시회가 열린 1967년에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제품을 전시한 창단 맴버다. 파나소닉은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대규모 부스를 마련, CES의 최고 우등생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참석한 기업으로 꼽힌다.
◇종합 정보통신(ICT) 전시회로 탈바꿈
CES는 이제 소비자 가전쇼가 아니라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로 바뀌었다. 지난 50년 동안 소비자 가전 중심에서 종합기술 전시회로 변모하는 모습을 조금씩 보였다. 최근 CES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최첨단 기술을 결합한 융합제품 경쟁이 치열해졌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 가전제품 범주를 벗어난 제품들이 CES를 빛내고 있다. 또 가전제품이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지능화하고 스마트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비전자 제품의 전자화도 눈에 띈다. 자동차가 대표한다. 자동차는 전자기기와 융합하면서 CES의 핵심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자동차는 첨단 IT 기기로 거듭나고 있다. 그 결과 자동차 업체가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 등장하는 것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됐다. CES를 `작은 모터쇼`라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자동차·부품 업체가 참여해 전장제품,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을 선보이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 급속히 빨라진 산업 간 융·복합 현상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CES 참가 자동차 업체가 늘면서 주최측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주변기기, 내비게이션 등을 혁신상 부문에 추가했다. 기술과 혁신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음을 `CES 50년`은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