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8월 금성사(LG전자)는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TV를 생산했다. 첫해 생산량은 9050대에 불과했다. 이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처음으로 개최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자산업과 CES는 상당한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전자산업은 CES와 함께 비약 발전했다.
한국 기업이 CES에 처음 참가한 때는 1973년이다. 당시 금성사를 비롯한 10여개 한국 기업이 CES에 참가하기 위해 AM·FM라디오, 흑백TV 수상기 등 국산 전자제품을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 기업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우면서 갓 태동한 한국 전자 산업을 조금이라도 세계에 알리려는 시도였다.
CES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초기지였다. 1990년대부터 삼성전자, LG전자가 품질 좋고 세련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메인 전시장을 채웠다. 과거 `다크호스` 정도로만 여겨지던 한국 기업이 이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삼성, LG전자는 CES에서 메인 행사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와 주변 호텔에 특별 부스 및 미팅룸을 꾸리고 고객사를 만나는 `주빈`으로 성장했다.
한국 중소기업도 CES 성장에 한몫했다. 최근 CES의 흐름은 중소기업이 선도하는 특징을 보인다. 올해 초 CES에서는 3800개 참여 기업 가운데 500여개가 스타트업이었다. 그동안 대기업 영역이던 제조에서 서비스까지 중소기업의 약진이 돋보인다. 한국 중소기업도 한국공동관 등을 구성, 한국 중소기업의 `매운 맛`을 세계에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업체가 무섭게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년 동안 중국 중소기업의 매서운 추격이 CES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CES를 참가한 한 국내 중소기업인은 “중국 기세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지난 CES에서는 참가 기업 가운데 3분의 1이 중국 기업으로 채워졌다. 일반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 기기, 전기자동차, 드론 등 부문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 무서운 건 중국이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한국에 필적하거나 앞선다는 점이다. 샤오미도 내년 CES에 처음 참가한다. 화웨이는 CES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냉혹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자만해선 안 된다. 중국을 따돌릴 신수종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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