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모바일 지문인식 무한경쟁 스타트

[이슈분석]모바일 지문인식 무한경쟁 스타트

대만 이지스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2종(ON5·7)에 지문인식센서(ET510)를 공급했다. 지문 모양을 분석, 본인 여부 확인에 쓰는 지문인식센서를 납품한 것이다. 이 회사의 지문인식센서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사용된 건 최근 일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갤럭시A5와 갤럭시C7에 탑재되기 시작, 점차 모델 수가 확대됐다.

[이슈분석]모바일 지문인식 무한경쟁 스타트

세계 지문인식센서 시장이 무한경쟁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스웨덴 핑거프린트카드(FPC)와 미국 시냅틱스 양강 체제에서 후발 주자 약진으로 다자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지문인식센서(애플 자체 물량 제외) 시장은 6억3060만달러(약 74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FPC가 3억1600만달러 매출로 1위, 시냅틱스가 2억5600만달러로 2위를 각각 달렸다. 양사의 점유율은 무려 90.7%로, 사실상 시장을 양분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후발 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지스테크놀로지의 삼성 공급이 대표 사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 시냅틱스 지문인식센서만 써 왔다. 삼성전자는 지문인식 기능을 고급 스마트폰에서 중·저가폰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센서가 필요했고, 이에 공급처를 다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지스테크놀로지의 삼성전자 공급은 시냅틱스 입장에선 텃밭을 빼앗긴 셈이다. 삼성의 중·저가 스마트폰은 생산량이 상당해서 이지스테크놀로지의 세계 지문인식센서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구딕스도 세계 지문인식센서 시장에서 주목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샤오미, 레노버, ZTE 같은 기업뿐만 아니라 화웨이와 비보 등 중국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지문인식센서 시장은 FPC가 독식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구딕스의 추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구딕스 지문인식센서 출하량이 2015년 1000만개에서 올해 1억2000만개로 10배 이상 늘어나고, 2017년에는 2억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구딕스가 세계 시장에서 시냅틱스와 FPC를 추월, 2018년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이 예상한 제조사별 지문인식센서 시장 점유율 변화. 구딕스와 이지스테크놀로지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출처: 노무라증권)
노무라증권이 예상한 제조사별 지문인식센서 시장 점유율 변화. 구딕스와 이지스테크놀로지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출처: 노무라증권)

관심은 지문인식 시장이 초기 단계라는 데 있다. 지문인식센서는 그동안 주로 고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돼 오다 최근 들어 중·저가폰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그만큼 성장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IHS는 지문인식센서 시장이 2015년 5억개 수준에서 2020년 16억개로 급증을 예상했다. 파이가 늘어나는 만큼 신규 플레이어 진입도 늘어난다. 경쟁이 심화되고, 물고 물리는 싸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라증권은 “이지스테크놀로지, 구딕스 외에도 중국에서만 10개 이상 회사가 지문인식센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가격 경쟁이 유순했지만 2년 내 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장 경쟁은 점차 가열되고,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한 예로 지문인식센서 업계 최대 고객사이던 삼성전자가 자체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월 초 세계 지문인식 알고리즘 회사 프리사이스바이오메트릭스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자체 센서에 이 회사 알고리즘을 더해 상용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개발에 성공하면 다른 센서 업체들은 그만큼 수요처를 잃게 된다.

최근에는 크루셜텍처럼 모듈을 하던 회사가 센서를 개발하고 슈프리마가 이지스테크놀로지에 지문인식 알고리즘을 공급하는 등 △센서 △알고리즘 △모듈로 각각 분리된 고유의 영역들도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협력 관계도 구축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5일 “지문인식이 유망 산업으로 주목 받으면서 이합집산이 일고 있다”면서 “앞으로 센서, 알고리즘, 모듈 등 핵심 기술을 누가 얼마나 보유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문인식 산업은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하면서 급속 확산됐다. 어센텍은 애플에만 지문인식센서를 공급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같은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를 중심으로 세계 산업 생태계와 시장이 만들어졌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