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에 `차이나 포비아`가 만연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공장이자 시장이다. 가격과 물량으로 몰아붙이면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이른바 `양과 질 전환의 법칙`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싼 물건이 아니라 `싸고 좋은 물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중국이 도전한다는 소문이 돌면 전전긍긍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주도해 온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산업이 느끼는 공포는 더 크다. 초소형 카메라 모듈, 지문 인식 모듈, 액정디스플레이(LCD) 등 추격엔 성역이 없다. 반도체 굴기도 시작됐다.
한 부품 업체 대표는 “어떤 아이템이든 중국과 경쟁하는 순간 성장은 끝”이라고 진단했다. 가격 경쟁 구도에서는 이길 방도가 없다는 고백이다. 그는 “그동안 기술 장벽이 있다고 생각해 온 영역이 하나씩 깨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가 놓였다는 `샌드위치` 신세는 사실 지난날 성장의 발판이었다. 선도국보다 기술은 조금 떨어져도 가격과 생산성이 우수했다. 이제 그 역할을 중국이 대신한다. 이른바 샌드위치의 역공이다.
과거 방식으로는 안 된다. 혁신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발굴해야 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차량 전장품, 폴더블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부품이 각광받는 이유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 금세 비슷한 제품이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잘 만든 제품 하나로 오래 재미를 보던 시대는 끝났다. 얼마나 빨리 차세대 제품을 내놓느냐, 즉 혁신 역량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 바뀐 패러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온 나라에 찬바람이 거세다. 정국 혼란 때문에 국가 연구개발(R&D)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은 불확실성에 잔뜩 움츠러들었다. 어느 곳이든 당장 실적이 흔들리면 구성원은 자리 보전이 어렵다. 때마침 인사철이다. 돈과 인력의 흐름이 보수 형태로 변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럴 때 R&D 혁신의 끈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차이나 포비아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명확하다. 세계가 뛰고 있다. 더 빨리 뛰기는커녕 멈춰 서면 필패다. 추운 겨울일수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