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캐피털업계의 화두는 단연 바이오와 온·오프라인연계(O2O) 산업이다. 오랫동안 벤처업계에서 황제로 군림해 온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산업이 최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과의 경쟁 심화에 따른 전방산업의 고전으로 예전과 같은 고속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 대안으로 바이오, 제약 산업과 O2O로 대변되는 ICT 서비스 산업이 각광 받고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마다 신성장 동력 분야로 지정하고 각종 지원 및 관련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CJ, SK, LG 등 대기업도 투자를 늘리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내츄럴엔도텍과 관련한 악재에도 한미약품의 8조원대 기술 수출, 셀트리온 램시마의 미국 출시 소식 이후 국내 바이오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과 연구개발(R&D)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바이오, 제약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일부 언론에서는 과거 태양광 사례를 들며 최근 바이오벤처에 투자 과열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시장에서는 더 이상 투자할 바이오 기업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금액은 2014년 30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366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투자금액이 더욱 증가, 9월까지 137개사에 3800억원이 투자되는 등 이미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1000억원을 넘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놀라운 상승세다.
통상 벤처캐피털 투자와 바이오투자의 다른 점을 꼽는다면 바이오벤처 투자는 기업당 투자금액이 크고 후기기업에 보통주를 활용, 투자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바이오 기업당 평균 투자금액은 28억2000만원으로, 전체 평균인 19억8000만원에 비해 약 10억원 많다. 업력별로는 후기기업(창업일로부터 7년 초과)에 대한 투자가 58.3%로 전체보다 15%포인트(P) 이상 높고, 초기기업(창업일로부터 3년 이하) 비중은 11.7%에 불과하다.
이런 특징은 바이오기업의 성장 과정과 연관된다. 바이오산업은 기술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지만 일단 개발이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그 파급 효과나 지속 기간 또한 엄청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전형 산업이다.
투자조합의 대형화 및 바이오 전문투자조합 결성, 조합 존속 기간이 길어진 점도 바이오산업 투자 증가의 중요한 요인이다. 조합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기업당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해졌고, 조합 존속 기간이 8년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벤처캐피털은 투자 기업에 대해 더 많은 인내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코스닥 시장 안착 성공으로 투자기관도 높은 수익을 실현했다. 2013년 에스엘인베스트먼트가 내츄럴엔도텍으로 18배 수익을 올린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실적이다. 지난해에도 신규 상장한 펩트론,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코아스템 등에 힘입어 투자회사는 투자금의 네 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최근 5년 동안 투자 원금 기준 1억원 이상을 회수한 139개 기업 가운데 손실을 기록한 경우는 단 10개사에 불과할 정도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수 성공은 타 산업을 압도했다.
최근 바이오 기업의 특례 상장에 대한 부정 시각, 한미약품 주가 하락과 늑장 공시 등 악재도 있지만 바이오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침없이 성장하는 산업에 성장통은 고마운 아픔이며, 이를 잘 이겨 내야 더 커 나갈 수 있다. 벤처캐피털의 장기 먹거리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다지며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이오산업이 벤처캐피털 투자와 함께 우리나라를 이끄는 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기백 벤처캐피탈협회 부장 ki100@kv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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