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 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세운 행정부 긴급 운영목표가 국회와 정부 연석기구를 중심으로 하루 빨리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정부 출범까지 국정이 정지됐다간 돌이킬 수 없는 위기 국면으로 빨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가 낳은 난맥상을 근거로 객관적 평가가 이뤄지고, 새 정부 조직 구성에 대한 국민적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현정부 문화분야 간판 어젠다인 `문화융성`은 이번 사태 핵심고리로 여겨지면서 국회에서 예산 대부분이 삭감되고 내년도 사업은 아예 간판을 내릴 가능성까지 커졌다.
`창조경제`는 차기 정부까지는 현 기조를 유지하면서 계속 사업에 대한 존속 비중을 높이는 전략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벤처 창업 육성 취지와 사업은 계속 키워가는 국가전략이 유효하다. 무턱대고 정치기류에 밀려 모든 것을 접었다가는 국가 미래성장동력까지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간 4대 국정기조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내세웠다. 세부적으로 경제부흥 파트에는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민생경제가 있다. 국민행복은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 국민안전, 사회통합이다. 문화융성은 문화참여확대, 문화·예술진흥, 문화와 산업의 융합이고 평화통일 기반구축은 튼튼한 안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신뢰외교다. 4대 국정기조 외에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나 노동 등 4대분야 개혁도 추진됐다.
문화융성은 박 대통령 출발 때부터 탄핵 가결까지 몰아간 단초 역할을 했다. 2013년 7월 문화융성위원회가 출범했고, 2014년 8월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최측근인 차은택 씨가 위원으로 위촉된다. 차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으로 각종 이권을 챙기고 공직 인사까지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에 대한 강압적 기금조성도 여기서 이뤄졌다. 6일 국회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화 융성,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을 해주는 게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융성` 관련 예산은 1749억원이 삭감됐다. 차 씨가 개입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김종 전 문화부 제2차관이 개입한 스포츠산업 펀드 조성사업,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 등이다. 문화부는 당초 최순실 예산이라는 지적을 받은 사업 893억원을 자체 삭감했지만, 국회에서 이의 갑절에 이르는 규모를 잘라냈다.
정부 관계자는 “최순실표라는 꼬리가 달린 예산은 대부분 감액됐다”며 “문화부 내에서도 차라리 다 털고 새 정부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는 전반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경제부흥 대표 아이콘 `창조경제`도 가능성을 확인한 부분과 기조는 이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야당이 창조경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했지만 내년도 창조경제 예산은 대부분 확보됐다. 일부 시도 지원 예산이 삭감됐지만 사업 자체 운영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할 일부 대기업이 참여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일부 혁신센터가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미 투자된 자금과 성과를 도외시한채 이를 위축시키는 것은 국가적 손실과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정확한 성과 분석과 그에 따른 기능조정 등 논의를 서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국 거점별로 운영되고 있는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요 거점 몇 개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며 “참여 대기업 중 회사 사정이 어려운 곳은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스타트업을 필요로 하는 플랫폼 기업은 향후 자신들 요구에 따라 운영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어느새 사라지고 있다. 매년 12월 중순에 발표되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올해는 12월 말로 연기됐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 내년도 경제 운영을 확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10일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 대응현황과 계획을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그간의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도 12월 중에 차질 없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안 심사에 최대 180일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할 때 향후 5개월 가량은 사실상 국정공백이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새 정부 조직과 경제, 산업정책의 방향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차기 정부가 참고하거나 디딤돌이 될 경제 원칙과 계획의 국민적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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