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곳곳에 경제위기 신호…경제 리스크 관리 최우선

[탄핵 가결 이후]곳곳에 경제위기 신호…경제 리스크 관리 최우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산업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혼란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곳곳에서 경제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경제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11일 정부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탄핵 가결 직후 관계기관 합동 비상경제대응반을 가동하고, 경제단체장 간담회를 실시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비상경제대응반 가동 계획을 밝혔다.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동향 모니터링, 정책기조 유지, 서민경제정책 점검 등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이어 10일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경제를 위한 특단의 시스템을 보완해 강구해 주시기 바란다”고 경제부처에 당부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려되는 국내외 경제 위기, 불안에 대해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유 부총리 주재로 경제5단체장이 참가하는 간담회도 열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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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지만 탄핵 여파는 경제 곳곳에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선 기업 경영이 꽁꽁 얼어붙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조기 대선 등 다가올 변수에 대응해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대기업이 모두 검찰 조사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인데다 향후 특검 조사까지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영계획 수립과 시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에 고려할 변수도 많아졌다.

이미 삼성그룹과 롯데 등은 올해 인사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인사가 연기되면서 전체적인 경영계획 수립도 차질을 빚고 있다. 그룹 경영 측면에서는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방안 마련이 과제다. 다만 기존에 정해 놓은 글로벌 전략회의 일정은 연기 계획을 밝히지 않아 19~21일에 예정대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추진한다는 기조지만, 올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내년 사업계획 마련에는 속도를 낼 계획이다.

LG그룹은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지난주 정기 인사를 실시했고, SK그룹도 조만간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영계획 수립에는 정국 혼란에 따른 변수가 많아 고심하고 있다.

탄핵 정국은 국내 경제 불안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혼란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국가신용등급 관련 보고서에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 리스크가 국내 경제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를 이끌 사령탑 등 체계를 서둘러 확정하고,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정부와 재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