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자업계는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출을 주도하며 국내 산업을 떠받친 중추 역할을 했다. 대표 상품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부침을 겪으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가전과 부품 사업 등에서 부진을 상쇄할 정도로 성과를 내며 균형을 맞췄다.
전자업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프리미엄 △전장부품 △기업간거래(B2B)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비중을 높여 온 B2B 사업은 물론 전장부품 사업에 힘을 싣는 경향도 공통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세계 전자 산업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들은 내년에도 한발 앞선 기술과 제품, 신규 시장 개척으로 주도권을 이어 갈 계획이다.
◇프리미엄으로 부활한 가전
최근 가전 사업은 수익성 악화로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아 왔다. 수출과 브랜드 이미지 등을 위해 필요한 제품이지만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좀처럼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프리미엄`을 차별화 전략으로 정하고 품목별 최고를 지향한 제품으로 승부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조300억원을 기록, 7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전체 CE 부문의 영업이익도 3조28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지난해 1조25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LG전자 역시 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 TV 등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나란히 역대 최고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주목되는 부분이 영업이익률 상승이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인 효과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이상의 초프리미엄 제품 `LG 시그니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LG전자는 올해 글로벌 백색가전 시장에서 일렉트로룩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에서는 월풀까지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미엄 가전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 가전제품이라는 카테고리는 같지만 고급 시장이라는 차별화된 영역을 공략하면서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이겨 냈다.
올해 가전은 내수 시장도 성장했다. 올 여름의 극심한 무더위로 에어컨 판매가 급증했고, 1등급 가전 인센티브 정책 등도 효과를 더했다.
◇전자업계 미래 `전장부품`
전장부품 사업은 세계 전자업계가 모두 주목하는 신시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소니·파나소닉 등 전자업체에 퀄컴·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체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전장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을 개편,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전장사업팀은 전장부품 역량을 갖춘 기업을 인수해 최단 시간에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전략에 따라 인수한 것이 모두를 놀라게 한 하만 인수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고액인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3분기 이후 글로벌 전장부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일찌감치 설립한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를 통해 성과를 일궈 가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제품 등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해 왔으며, 올해 4분기부터는 제너럴모터스(GM)가 양산하는 신형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EV`에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등 실적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볼보와 자율주행차 개발 협력을 하는 등 미래 자동차 시장 입지 확대를 노린다.
◇B2B로 안정 수익 노려
전자업계가 공략하는 시장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전자제품은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가전업체들은 B2B로 공략 대상을 넓히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보다 B2B 영역이 새로운 안정 시장이라는 분석에서다. B2B는 이익률이 안정되고 거래처를 한번 확보하면 장기로 대량 공급할 수 있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B2B를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구본준 부회장이 지주회사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고 그룹 차원의 B2B 사업을 총괄해 왔다.
LG전자는 자동차부품을 비롯해 에어솔루션, 모터/컴프레서 등을 B2B 주요 사업으로 정했다.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6에서 처음으로 B2B 전시장에 모터와 컴프레서를 전시했다. 모터와 컴프레서는 가전제품 핵심 부품으로, 제품 경쟁력의 근본이 되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도 B2B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이미 B2B 시장에서 자리 잡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은 물론 가전에서도 빌트인 사업을 강화, B2B 영역의 입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북미 럭셔리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한 것도 빌트인 시장 강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