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정도 남아 있는 올해는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많은 변화가 있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 관련 지원 정책이 연이어 발표됐고, 이에 따라 관련 산업도 성장해 에너지 신산업의 국내 시장 기반이 조성됐다.
올해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을 살펴보면 태양광 분야에서는 민간 태양광 도입 촉진을 위해 공동주택의 용량 제한을 폐지하고 대형 건물의 태양광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1MW 이하 태양광 발전시설의 계통 접속을 무제한 허용, 태양광 분산전원 도입 여건도 개선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는 ESS 활용 촉진 요금제를 신규 도입하고 공공기관 설치를 의무화, 수요를 촉진했다.
이 밖에도 수출 기반 조성을 위한 여러 정책을 통해 에너지 신산업 관련 투자 규모, 보급률, 수출액 등 주요 지표들이 향상됐다. 이는 2014년 8대 에너지 신산업 모델 선정 이후 일관성 있게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에 집중한 정부의 주요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에너지 신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 환경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 지속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보호무역 강화 전망은 수출 중심인 우리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에너지 신산업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 기업에는 내수 활성화로 경쟁력을 우선 확보하고, 글로벌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해외에서 지속 성장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별로 기술 개발 및 원가 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을 근원부터 강화하는 한편 정부의 지원 정책에 따른 성장에서 한 단계 도약, 에너지 신산업 기업과 금융업계 간 협력을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신산업 관련 금융 모델이 가장 발달한 국가인 미국의 사례를 보자. 2013년까지 미국 가정용 태양광 발전의 약 70%가 대여 사업으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사용자가 직접 대출을 받아 설치하는 가정이 느는 추세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내 태양광 시스템의 경제성이 그만큼 좋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가정용 태양광 대표 기업 솔라시티는 자체 금융 상품을 활용하고, 다수 업체들은 태양광 설비를 선불금 없이 대여하거나 유지·보수 및 점검 등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가정용 ESS를 출시한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지난 11월 이사회에서 솔라시티 인수를 최종 승인함으로써 비슷한 방식의 금융 모델이 ESS 시장에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발전사들의 설치 의무화 정책으로 ESS 설치가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대부분의 ESS 사업에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구조다. 사업을 주도하는 시행 업체(Developer)를 중심으로 ESS 설비 공급 업체, 시스템 통합 업체, 금융기관 등 다자 간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해외 에너지 신산업 시장은 전기차 및 태양광 패널 등 완제품 성격의 수출 사업과 태양광 대여 사업, 에너지자립섬, 수요자원 거래 시장 등 에너지서비스 사업이 공존하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 모델 지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더불어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의 긴밀한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2020년 이후 신기후 체제 시대에는 비용 부담 없이도 청정에너지의 생산, 저장, 효율 이용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 솔루션 확보가 에너지 신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제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 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을 계통한계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합산한 고정가격에 20년 장기 계약으로 구매하도록 했다. 이는 금융업계의 투자 리스크를 대폭 감소시키고 사업 안정성을 강화함으로써 신재생 에너지 업계와 금융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60~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 당시 신산업이던 철강, 조선 등 중공업이 정부·산업계·금융계 3자 간 선인후원(先引後援)의 조화와 협력을 통해 오늘날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됐듯 지금의 에너지 신산업이 미래 한국의 주력 산업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부터는 산업계와 금융계가 힘을 합쳐 정부가 굳건한 신념으로 뿌린 밀알들을 가꾸고 키워 나가야 할 때다.
이상봉 LG전자 에너지사업센터장 사장 b2bofficer@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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