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밝게 빛나는 별, 알데바란

[ET단상]밝게 빛나는 별, 알데바란

밤하늘에 빛나는 별만큼이나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별은 모든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 메신저다.

`알데바란`은 황소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별빛이 세상 모든 곳을 비추듯 산업 곳곳에서 가장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연구자로서 가장 큰 자부심이다.

며칠 전 아주 의미 있는 연구에 성공했다. 10여년 동안의 연구개발(R&D) 끝에 거둔 성과다. 무인자동차용 고성능 프로세서 반도체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다. 안정성은 국제 인정도 받았다.

10년 전만 해도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기술상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기술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렇게 시작한 과제를 후배 연구원들이 이뤄 냈다.

프로세서는 모든 전자제품에 필요하다. PC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TV 등 가전제품에도 프로세서는 필수다.

그동안 프로세서 기술은 외국 매머드 기업들의 손아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기술 종속이 심했다.

그러나 이제는 ETRI 연구진이 기술 개발에 성공, 일부 산업에서나마 기술 독립을 시작하게 됐다. 이번에 개발한 기능 안전성 프로세서는 소요 전력이 1와트(W) 이내에 불과하고, 두뇌에 해당하는 코어가 1㎓로 작동한다. 기존의 무인자동차용 프로세서는 수백 W의 전력을 소모하거나 수백 ㎒급의 낮은 성능을 보였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이 성능을 높이면서도 소비 전력은 크게 줄인 것이다.

특히 쿼드코어 아키텍처에 기능 안전성 구조를 독자 적용했다. 동시에 네 개의 두뇌가 서로의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설계, `안전`한 컴퓨팅을 가능하게 했다. 복잡한 기능을 필요로 하는 무인자동차에 적합한 기능이다.

자동차에는 각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세서 반도체가 수없이 많이 내장된다. 자동차는 단순한 철골 프레임이 아니라 컴퓨터로 진화해 가고 있다. 자동차가 이동하거나 설 때, 심지어 문을 여닫을 때도 프로세서 반도체가 개입한다. 무인자동차 프로세서는 훨씬 복잡하다. 스스로 주행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레이다, 라이다, 초음파 센서 등이 전달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프로세서 반도체로 입력하고 유효한 데이터를 인식해 판단 및 제어해야 한다.

`알데바란`은 칩 하나에 이런 복잡한 기능을 구현하면서도 안전 주행을 위해 고장 방지 기능을 담은 프로세서 기술이다. 고장을 99%를 감지, 확인하고 고칠 수 있다. 국제표준화 단체인 ISO의 기능안전성(ISO 26262)을 세계 처음으로 만족시킨 무인자동차 시장에 대비한 자동차용 혁신 반도체 기술이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효자 산업이다. 그러나 반도체 설계 부문은 그렇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알데바란 개발 성공의 의미는 크다. 연구진은 지능 정보 기술을 구현할 신경망 코어 기술을 개발, 알데바란 기술에 적용하는 추가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미래형 자동차용 칩을 원 칩으로 구현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알데바란처럼 국내 반도체 산업을 빛내 줄 연구원들의 건투를 빈다.

엄낙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기술(ICT) 소재부품연구소장 nweu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