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도깨비`가 말그대로 장안의 화제다. 김신 역을 맡은 공유는 잘 생긴 외모와 독특한 인간성으로 우리가 상상한 도깨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운 분)과 알콩달콩한 로맨스뿐 아니라 저승사자(이동욱 분)와 우정 놀이도 시청자 눈을 사로잡는다.
드라마 속 도깨비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전지전능하다.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 사람의 미래도 알 수 있다. 등장할 때마다 슬로모션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 시간도 극복했을지 모른다.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공간 이동 능력이다. 문을 열고 지나가면 어느 순간인가 외국에 와있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등장하는 `포털`을 여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몸이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것인지 새로운 공간을 열어 움직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굉장히 편한 능력임엔 틀림없다.
공간 이동은 과학계에서도 화제다. 지금까지 공간 이동은 실제 움직임보다는 복제를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 실제 공간 이동 장치가 있다고 가정하자. 우선 이동해야 할 사물을 원자 단위로 읽어 낸다. 정보가 모두 취합되면 다른 위치에 있는 공간 이동 장치가 사물의 물질 정보를 토대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컴퓨터 자판에서 컨트롤C+컨트롤V(Ctrl C+Ctrl V)키를 누르는 `복붙`에 가깝다.
영화 스타트렉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순간 이동 기술을 구현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사람이 이동한다면 신체를 복제할 때 원자 등 물질만 복제하느냐, 그 안에 포함된 정보는 어떻게 하느냐 등의 문제가 있다. 또 컨트롤 V에 해당하는 재구성 장치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물질을 재구성해 사람 형태로 만드는 것도 현재로선 요원한 일이다. 원래 위치에 있던 물질을 삭제하지 않으면 이동이 아닌 복제에만 머무르게 된다. 사람 한 명을 이동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수소 폭탄 수천개 규모라고 하니 가까운 미래에서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순간 이동이 `신`만의 영역은 아니다. 아주 초기 단계지만 기술 개발은 진행되고 있다. 2014년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 연구팀은 2개 양자비트 사이에 정보를 순간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불과 3m 거리에 불과하고 물질이 아닌 정보 이동에만 제한됐지만 순간 이동 기술에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좀 더 먼 거리에서 이동 실험을 지속할 계획이다. 앞으로 도깨비 능력이 과학으로 구현될지 모른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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