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에 설립된 일본 다이후쿠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 자동화 솔루션 업체다. 토요타에 체인 컨베이어 시스템을 최초로 공급하며 성장했다. 연 매출 3조원을 웃돈다. 다이후쿠 시스템은 반도체 공장에서도 활용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다이후쿠의 OHT(OverHead Transport)를 쓴다. OHT는 공장 천장에 설치된 고정 레일을 따라 웨이퍼가 담긴 통을 각 공정 장비로 옮기는 이송 시스템이다.
다이후쿠 OHT는 300㎜ 웨이퍼 시설이 도입되던 2001년 국내 공장에 처음 적용됐다. 당시 200㎜ 웨이퍼 시설 공장에서 근무한 생산직 직원은 “우리 일자리 다 없어지겠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는 현실이 됐다. 최신 반도체 공장에는 단순 생산직 직원이 거의 없다. 언젠가 SK하이닉스 이천 신공장을 견학한 한 정부 고위 인사가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직도 웨이퍼 통을 사람이 직접 옮기는 200㎜ 반도체 공장도 있다. 생산 효율이나 부가가치 총량은 최근에 지은 자동화 공장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 생산직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질 좋은 일자리는 많아졌다. 산업 전체로 보면 일자리 총량은 오히려 늘었다. OHT를 만드는 다이후쿠 아래로 수많은 기계 장비 부품 협력사와 소프트웨어(SW) 기술 업체가 새로 생겨난 것이 증거다.
인공지능(AI) 기술이나 로봇이 일상화되면 일자리가 줄게 될 것이라는 걱정 역시 기우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일상화되면 택시기사도 대리기사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등장은 온갖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생산 복잡성도 높아져서 분업 환경 역시 고도화된다. 분업 고도화는 산업의 발전을 의미한다. 산업 발전이 실업률을 낮췄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역사 사실이다.
1800년대 산업혁명 초기에 기계 확산을 거부한 러다이트 운동은 다행히 실패로 끝났다. 버스 안내원을 보호했다면 버스카드 결제 기술과 공장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노예(AI 로봇)가 많아지면 그 자체로 인류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을까.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