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김영광의 ‘글로리데이’,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김현우 기자 / 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내가 니 애비다.” KBS2 드라마 ‘우리 집에 사는 남자’(이하 ‘우사남’)에서 충격적인 대사로 온 시청자들을 집중시킨 김영광이 무사히 작품을 끝마쳤다. ‘우사남’은 비록 탄탄하지 못한 스토리와 전개에 경쟁작에 밀렸지만, 김영광에게는 잊지 못할 작품이다.

“작품 끝나고 상태도 좋고 기분도 좋아요. 마지막 방송날까지 촬영하고 쫑파티 한 뒤, 하루 쉬고 이렇게 인터뷰 하는 거라서 아직까지 실감은 잘 안 나지만요. 시청률이 잘 나오진 않았어도 반응은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이 고난길 캐릭터를 좋아해주셔서 기분 좋았고, 드라마 자체가 저에게 좋은 에너지를 준 것 같아요.”

김영광은 여주인공 홍나리(수애 분)의 호적상 새아버지인 고난길을 연기했다. 전직 채권업계 전설의 조폭이었다는 소문이 있지만, 십 수 년 동안 홍나리와 그 가족을 지켜온 순애보다.

아닌 척 하지만 홍나리를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희생하고 묵묵히 곁을 지켜온 츤데레 매력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덕분에 김영광은 작품과 별개로 ‘고난길’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

“사실 앞으로도 인생 캐릭터가 또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수식어를 아껴두고 싶기도 해요. (웃음) 고난길은 새로운 캐릭터였어요. 연하남인데 새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면도 독특했고, 잘 살리면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 ‘우사남’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다른 영화를 촬영 중에 있던 상황이라 준비할 여유가 녹록치 않았다. 대본이 어렵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진부해보일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만큼 김영광은 사람들이 스토리를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본인부터 고난길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어떻게 보면 고난길은 행동을 선택하는 방식자체가 멋있기보다 진부한 면이 많아요. 그래서 가볍게 풀어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초반부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고, 이해가 안 되면 무조건 물어봤어요. 감정 면에 있어선 고민은 충분히 하는데, ‘어떻게 해야겠다’ 정해놓지는 않아요. 슬픈 장면도 오히려 과도하게 하면 안 슬퍼 보이지 않을까 싶었고요.”

김영광의 고민과 생각을 거친 고난길은 김영광 그 자체이기도 했다. 김영광에게 여성 시청자들이 마음을 빼앗긴 포인트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김영광은 단번에 “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라고 답했다.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은 데는 자연스레 녹아든 연기 또한 이유가 됐다.

“고난길을 연기하면서 제 움직임이나 버릇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성격은 다를지라도 행동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대사를 하기 전에 입으로 소리를 내는 습관이 있는데 음향 감독님이 지워주신 부분도 있고, 평소 집중하면 입을 벌리고 있는데 어느 샌가 모르게 그런 게 나왔더라고요.”

실제 버릇이 나올 만큼 고난길에 몰입했던 김영광이었다. 그런가하면 9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물에 도전하는 수애와 연상연하 케미 또한 화제였다. 실제 연하남이기도 한 김영광은 선배 수애와 호흡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극중 모습처럼 금세 편안한 사이가 됐다.

“수애 선배님은 처음에 차가운 이미지이고 무서우실 것 같아서, 처음 촬영 갈 때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너무 털털하게 장난도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엄청 긴장하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것 때문에 마음이 풀리면 그 편안함이 쭉 가듯이, 첫날 바로 부담이 풀렸어요.”

김영광과 수애의 독특한 조합은 ‘우사남’의 인기요인이 될까 싶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극중 땅 문제를 비롯해 주인공들끼리 얽힌 비밀들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며 본격적인 로맨스는 뒷전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기승전땅’이라는 말도 들었는데, 제 생각에는 로맨스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알아서 일들이 해결됐다고 생각해요. 다만 첫 키스는 좀 급하지 않았나 싶어요. 홍나리를 계속 짝사랑해왔던 고난길은 그럴 수 있는데, 홍나리에게 고난길은 평생 모를 수도 있던 사람이잖아요. 새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낯선 사람을 알아 갈만 한 포인트가 많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애정이 있는 작품일수록 아쉬운 점도 존재하는 법이다. ‘우사남’은 극이 전개되면서 톤앤매너가 흐려지고 디테일한 부분이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김영광은 고난길에 대한 애착이 컸기에 오히려 좋은 감정이 더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더구나 ‘우사남’은 김영광을 지상파 첫 주연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드라마 말아먹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렇게 잘 끝냈네요. (웃음) 일 욕심이 많은 편이라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해왔는데 올해, 한 5월까지는 아무 것도 안했거든요. 그런데 제 마음에 좋은 작용을 한 ‘우사남’을 끝내고 나니 얼른 이 감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하고 싶은 욕심이 들 때 빨리 다른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에게 어떤 배역을 맡아보고 싶냐고 묻자 김영광은 “교복 입은 역할을 한 번도 안했다”면서도 24살 때도 서른 살 역할을 했는데 이제 와서 하이틴물을 할 수 없을 거라며 빠르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김영광은 단순하고 명쾌했으며 자유로웠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고민은 별로 없다고 답했다. 가능성과 방향을 열어둔 채 다양한 것들을 고정관념 없이 수용하겠다는 태도였다.

곧 31살을 맞이하는 김영광에게 30살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지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허황된 미래를 꿈꾸기보다 차근차근 현실을 밟아가는 그였고, 그렇게 김영광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글로리데이’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29살에서 30살이 될 때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내가 현재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편이었고, ‘그때 가면 이렇게 되겠지?’하는 기대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배우로서 색깔을 갖추거나 완성에 가까운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 많이 학습하고 경험해야 하는 시기이고, 앞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