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49> 융중대(隆中對) 찾기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49> 융중대(隆中對) 찾기

어느 날 주원장이 유기를 찾아온다. 절강성 처주를 점령한 뒤 유기가 근처에 낙향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사람을 보내 초청한다. 관직에 뜻이 없다며 거절한다. 주원장은 측근을 재차 보낸다. 이번에는 말로는 응하되 선뜻 나서지 않는다. 재삼 간청한다. 세 번째 초청에 겨우 응해 주원장을 만난다.

당시 주원장은 서쪽에 진우량, 동쪽에 장사성을 두고 있었다. 천하를 얻으려면 두 세력을 격파해야 했다. 군세는 약했고, 자칫 협공을 당할까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주원장이 지혜를 구한다. “진우량을 먼저 친 후 장사성을 도모하십시오.” “선생, 장사성보다 진우량이 강합니다. 소국을 먼저 취한 후에 힘을 모아 대국을 도모하는 것이 병법의 기본이라 합니다. 다른 모사들이 선생의 생각과는 반하는데, 심지어 선생이 병법을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돕니다.” “만일 공이 장사성을 공격하면 진우량이 그 틈을 타서 공격할 텐데 그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강대한 진우량을 공격하면 장사성은 감히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에 버금가는 기책으로 전해진다.

켄 파바로 액트투(Act2) 수석컨설턴트는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든 혁신 전략에는 핵심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한다.

월트디즈니사를 보자. 1957년에 설립되면서부터 캐릭터가 중심에 있었다. 만화영화는 물론 책, 만화, 음악, 영화, 캐릭터 상품, 디즈니랜드까지. 하나가 다른 비즈니스로 연결되고, 또 다른 곳에서 활용됐다. 내부에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 둔 셈이었다.

월트 디즈니가 숨지자 상황은 바뀐다. 상영관 점유율은 4%까지 떨어진다. 만화영화는 몰락한다.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1984년 마이클 아이스너가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다.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되살린다. 세 가지 전략을 실행한다. 첫째 디즈니가 미키마우스를 창조했듯 새 캐릭터를 만든다. 둘째 만화영화를 되살린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 등. 상영관 점유율은 19%까지 치솟는다. 캐릭터 라이선스도 8배 늘어난다. 셋째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 놀이공원, 소매점, 브로드웨이 연극, 크루즈 선까지. 새 캐릭터가 만화영화를 통해 새 비즈니스로 연결됐다.

디즈니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금속 캔 시장은 경쟁이 심하다. 모두 대형 고객을 잡아 단가를 낮추는 전략에 매달렸다. 존 코널리는 대신 작은 고객을 생각한다. 크라운코크앤드실은 소량을 단시간에 공급했다. 여분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재고도 넉넉하게 관리했다. `쇼트 런` 전략은 성공을 거둔다. 소량 주문에 협상력이 약한 고객들인 탓에 가격은 오히려 높았다. 업계 최고 수익을 올린다.

1921년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 단일 차종, 단일 색상으로 시장의 60%를 석권한다. 같은 해 제너럴모터스(GM)는 10개의 자동차 브랜드로 고작 12%만 차지했다. 앨프리드 슬론 부사장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일정 가격대 이하에는 품질, 그 이상에서는 가격으로 경쟁하자.” 각 브랜드를 가격대에 맞춰 재배치한다. 쉐보레는 가장 낮게, 캐딜락은 가장 높게, 그 사이에 뷰익과 올즈모빌을 놓았다. 이후 GM은 무려 77년 동안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킨다. 자동차 산업의 `융중대(隆中對)`라 불릴 만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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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 수석컨설턴트는 두 가지 생각거리를 던진다. 첫째 효과 높은 전략을 바란다면 아이디어를 먼저 찾아라. 둘째 아이디어의 가치를 판단하라.

셋째 새 방식을 창안하라. 아이스너 CEO의 후임 로버트 아이거는 기존 전략에 살을 붙인다.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아렌델 성을 디즈니랜드에 옮겨 온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아이언맨`, 상하이는 `캐리비언의 해적`, 캘리포니아 파크는 만화영화 `카`를 각각 테마로 꾸민다.

파바로는 전설 인물이 된 경영자들의 입을 빌어 이렇게 묻는 듯하다. “당신의 전략 뒤에 어떤 아이디어를 감췄나요. 혹시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겠지요.”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