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기술산업계, 고속 성장 속 정치적 갈등도 고조

2016년은 테크(기술) 산업계가 전례 없는 정치적 갈등에 휩싸인 시기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평가했다.

WSJ는 한해를 결산하면서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이 올 한 해 최고 매출과 이익을 구가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회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만큼 영향력과 책임도 커져 각국 정부와 신경전이 고조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트 미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IT기업인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트럼트 미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IT기업인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세계 10억명 이용자 기반을 가진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 성장세는 각국의 정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로 인해 가짜 뉴스로 인한 폐해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애플과 구글 등에 `반독점법` 위반 및 탈세 등의 혐의로 수조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피소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막강한 파워가 유럽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실리콘밸리에 최대 위기가 됐다. 그의 당선 자체가 실리콘밸리의 고속 성장에 대한 미국 백인 중산층의 질시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뺏고 부를 축적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음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확인됐다.

그 결과 실리콘밸리가 밀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낙마하고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 이민정책과 자유무역 정책 공약이 실현되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이민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실리콘밸리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팀 쿡 애플 CEO 등 12명의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는 지난 14일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잠정 휴전을 맺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누렸던 정책적 혜택과 도움을 더 이상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나 전기차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사라지면 이 분야 연구와 개발은 지금보다 훨씬 느려질 수 있다.

WSJ은 “중요한 것은 아이폰을 어디에서 만드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화와 연결성이 미국의 중산층에 이익인지 징벌인지의 문제”라면서 “트럼프의 당선은 실리콘밸리 이데올로기에 대한 미국인의 거부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크 산업 혁명은 지속할 것이며, 트럼프 차기 대통령조차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모든 기술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경제 큰 흐름도 이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