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기업이 가진 가장 큰 고민은 일반 대중의 VR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큘러스나 바이브 같은 개인기기는 아직 비싸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을 덜컥 살 사람은 많지 않다. 소니 PS VR가 그나마 저렴하지만 PS4가 있어야 구동이 가능하다.
VR 콘텐츠에 관심이 있어도 쉽게 접하기 어렵다. CGV가 바른손과 협력해 영등포에 연 VR파크(PARK)는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VR파크는 1만5000원 가격을 내면 VR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싸지 않다. 하지만 해외에 비슷한 규모 VR체험 공간과 비교하면 비싸지 않다. 앞으로 영화관 등과 연계해 할인을 제공하면 비용은 더 내려간다.
VR파크 콘텐츠는 4가지다. 탈 것에 앉아 롤러코스터를 체험하는 것을 시작으로 몰려오는 적을 활로 쏴 제압하고, 쌍권총으로 공중에서 내려오는 적을 물리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듬에 맞춰 가상의 북을 두드리면 모든 미션이 끝난다. 모든 게임은 바이브로 구동한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스토리로 엮인다. 대부호 닥터 빌리언이 후계자를 테스트하는 과정을 VR 콘텐츠로 만들었다. 연결성이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스토리텔링으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각각 콘텐츠는 어렵지 않다.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전달한다. 초등학생 정도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가족이 함께 경험해볼 수 있는 콘텐츠다. 오큘러스 스토어에 출시된 VR게임 중 상당수가 게임 마니아를 대상으로 난이도 높은 플레이를 제공하는 것과 다르다.
활을 당겨 몰려오는 적을 제압하는 두 번째 콘텐츠는 VR 장르를 십분 활용했다. 바이브(VIVE) 컨트롤러를 양손에 쥐고 활시위를 당기는 동작을 취하면 약간의 진동이 사실감을 더한다. 꽤 활을 당기는 느낌이 난다. 한 번에 많은 적을 물리칠 수 있는 폭탄 화살과 일반 화살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 리듬게임은 기존 게임 장르에 VR를 결합하는 것이 괜찮은 선택임을 증명한다.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듬액션 게임(화면에 나타난 표시대로 조작 버튼을 눌러 리듬을 즐기는 게임)을 가상공간에 만들어 새로운 경험을 준다.
바른손 산하 VR 스튜디오인 NR스튜디오가 전체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한켠에선 바른손 산하 EVR 스튜디오가 만드는 언리얼엔진 기반 VR어드벤처게임 `프로젝트M`도 맛보기로 제공한다.
VR파크는 도심형 VR 테마파크다. VR테마파크는 콘텐츠와 공간을 결합한 사업이다. 부동산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에 누구나 쉽게 즐기는 콘텐츠로 이목을 끌어야 한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안에 위치한 CGV는 최적의 공간이다.
CGV와 바른손은 증강현실(AR)까지 동원했다. 안드로이드 모바일기기에서 `브이알파크(VR PARK) AR` 앱을 다운받으면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돌아다니며 VR파크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 미션을 완수하면 VR파크 입구에서 입장료(1만5000원)를 할인 받는다.
VR와 AR는 현실세계를 확장하는 콘텐츠다. VR를 통해 두 세평 남짓한 공간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다른 세계로 여행을 가고, 눈앞에 나타난 몬스터와 대결할 수 있다. AR는 실제 영상 CG 그래픽을 동원해 밋밋한 공간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VR파크는 VR와 AR 접근장벽을 낮췄다. 이런 시도에 성공과 실패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줄평: VR가 도대체 뭔지 궁금한 사람들, 어서 가보세요.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