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돌아보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된 4차 된업혁명의 물결은 ICT가 기존 제조업, 각종 서비스업 분야와 융합하는 것을 또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나 기업 할 것 없이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3월 알파고로 선보인 인공지능(AI) 기술과 7월 `포켓몬 고`로 상품화된 증강현실(AR) 기술은 지능정보 사회가 도래했음을 생생하게 체감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제 인공지능(AI)·러닝머신·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말은 더 이상 전문가들의 용어가 아니라 일상 단어가 됐다.
AI. 올 한 해만큼 이 단어가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된 적이 있을까. 올해 초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바둑 대결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AI의 현실을 국민들에게 깊숙이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2017 정유년, 닭의 해를 앞둔 세밑에는 또 다른 AI인 조류독감(Avian Influenza)이 유사 이래 맹렬한 기세로 전국에 확산돼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 생활에 근심을 더했다.
사실 인공지능 연구는 컴퓨터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됐다. 현대 컴퓨터 과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앨런 튜링이 1950년 `컴퓨터 기계와 지성`이라는 논문에서 인간과 유사하게 대화하고, 반응하며, 사고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이래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발전했다. 최근 인공지능 발전이 주목받는 것은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대표되는 ICT 고도화에 인공지능이 결합되고 융합된 데에서 기인한다.
인공지능 발전은 앞으로의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과 노동, 학습, 의사소통을 대변혁시킨다.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사회·경제·문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원격 의료, 노인 케어, 농공업 분야 노동력 제공, 법률 자문 등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의료, 법률 같은 전문 영역에서 이미 활약하고 있다. 구글 마젠타는 전혀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거나 예술 이미지를 그려내는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창의 영역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 한 해 인공지능 AI가 그려낼 미래에 대해 많은 청사진이 쏟아져 나왔지만 당장 전국으로 피해 범위를 넓히고 있는 또 다른 AI인 조류독감의 대처에는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예측과 위험성 진단, 사전 백신 투여, 살처분 등 단계별 대응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좋은 예방책은 발생에 대한 예측과 진단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사전에 체계화해서 대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 분야가 아직은 초보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아쉬움이 크다.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 철새 이동 경로, 축산 차량 출입, 병원성 보유 여부 등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 역학 조사, 백신 투여, 위험 지역 지정 등이 이뤄졌다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ICT로 미래 청사진을 그려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사회문제 해결에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가 지향하는 지능정보 사회는 인공지능과 ICT가 결합된 지능 정보 기술이 국가 사회 전체에 확산돼 재난, 재해, 사회 갈등, 고령화 같은 사회문제가 해결되고 새로운 가치 창출로 인간의 삶이 더욱 편하고 안전하게 된 사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우리 삶에서 데이터가 모여 정보가 되고, 정보가 축적돼 지식이 되고, 이 지식에 기초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지혜가 창출된다. 지능정보 사회는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사회다. 지능정보 기술이 창출할 새로운 가치와 지혜가 우리 사회의 현재 및 미래와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커다란 편익을 가져오기를 근하신년과 더불어 송구영신하면서 기대해 본다.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 suhbyungjo@n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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