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바둑, AI 그리고 일자리](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1/05/article_05174420897023.jpg)
지난해 1월이다. 이세돌 9단은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도전장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달 뒤 인간과 기계가 세기의 대결은 펼쳤고, 얼마간의 충격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AI 바둑전쟁은 올해에도 이어진다. 대표주자는 알파고다. 딥러닝 강화 작업을 마치고 연말 대국을 준비한다. 중국과 일본도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중국 텐센트 `절예`, 일본 드완고 `딥젠고`가 인간과의 대국을 예고했다. 우리나라는 `돌바람`의 고도화 작업을 진행한다. 미국, 프랑스, 대만 등도 AI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왜 알파고를 만들었을까. 바둑은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보이고 있다. 규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는 여러 수를 학습시켜서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딥러닝` 적용에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바둑이 장기나 체스보다 어려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단순 계산을 넘어서는 `감(感)`이라는 영향력 때문이다. 감(느낌)을 컴퓨터가 인식하도록 개발된 것이 알파고다. 신경망과 딥러닝, 고도의 탐색을 수행케 한 탐색 알고리즘이 핵심이다. 하드웨어(HW)는 부차물이다.
인간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알파고가 태어난 것은 아니다. 최적의 AI를 만들기 위한 기초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영역으로 AI가 접목될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AI는 우리의 삶과 노동, 학습, 의사소통을 대변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AI 순기능과 역기능 논쟁은 진행형이다. 알파고가 바둑이라는 성역을 침범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재 AI는 잘 정의된 작은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약한 AI다. 이미 일상에서 사용하는 검색 서비스, 음악 추천 등 삶을 윤택하게 하는 보조 도구 수준이다. 이를 두고 컴퓨터가 인간의 고유한 직관과 통찰력을 갖췄다고 보는 시각은 과장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 수준의 우수한 AI가 탄생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수한 AI에 회의 어린 시각도 적지 않다. AI는 인간을 모델로 했다. 그런 우리조차 인간에 대해 극히 제한된 내용만 알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10년 이내 국내 직업 종사자 절반 이상이 AI·로봇으로 대체될 직업군에 속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직업 종사자의 업무 수행 능력 가운데 12.5%는 AI·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 비율은 2020년 41.3%, 2025년 70.6%로 높아진다. AI 발전에 따른 직업군 변화 예상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10년도 채 안 돼 절반 이상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된다는 예상은 성급하다.
컴퓨터와 구별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앞으로 더 생겨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을 생각해 내는 능력은 인간이 컴퓨터를 압도한다. 좋은 소프트웨어(SW)를 만들어 낼 수 있는 SW가 아직 없다. 알파고의 인공 신경망은 10만개 안쪽의 뉴런을 흉내 냈지만 인간은 대뇌피질에만 약 1000억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베크는 말한다. “체스 AI 개발은 다소 쉽다. 그러나 지각이나 운동 능력 면에서 한 살짜리 아기 수준의 능력을 갖춘 AI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알파고는 바둑 최고수를 이겼지만 정작 자신은 바둑이 뭔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이란 개념도 없다. 엄청난 계산 능력에도 작은 바둑돌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지 못해 인간의 손을 빌린 것은 아이러니하다.
윤대원 SW콘텐츠부 데스크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