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 백화점의 `위험한` 전기차 충전기 홍보

[기자수첩]한 백화점의 `위험한` 전기차 충전기 홍보

국내 유명백화점이 전기차 급속 충전기 설치를 홍보하면서 위험천만한 `연출 사진`을 활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이 백화점 대구점은 전기차 급속충전기(50㎾h) 여러 대를 점내 주차장에 설치·운영한다며 온·오프라인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배포된 자료 사진을 자세히 보면 차량이 전기차가 아닌 일반 내연기관차다. 두 컷의 홍보 사진 모두 내연기관차(그랜저·K3) 주유구에 전기차 충전기 케이블을 꽂아 연결한 모습이다. 실제 급속충전기에 연결돼 있는 상황이라면 스파크로 인해 불이 붙거나 감전 같은 심각한 사고가 날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묘사한 것이다.

이 사진은 배포되자마자 전국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급속도로 퍼지면서 조롱을 샀다. 한 전기차 이용자는 `사진이 해외로 나가면 국제적 망신`, `차 기름통에 스파크 만들어서 폭파시키시려는 건지` 등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전기차 친환경 이미지를 오히려 훼손시킬 수 있는 경솔한 홍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롯데백화점이 배포한 내연기관차 대상 전기 충전 모습.
롯데백화점이 배포한 내연기관차 대상 전기 충전 모습.

실제 충전기와 차량 간 적정 규격 통신으로 전기 방전 등 충전기가 작동하기 때문에 사고 확률은 적다. 하지만 만일 충전케이블 코드 입구에 휘발유가 묻은 채 다른 전기차 이용자가 이 케이블을 이용한다면 대형 화재 사고로도 번질 수 있다. 더욱이 해당 충전기는 가정용 전기(3㎾h) 보다 수십 배 높은 50㎾h 전력을 한 번에 쏟아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이 백화점의 모기업은 백화점을 비롯한 마트·호텔 등 그룹 내 대형 유통망과 호텔 등 시설물에 대대적으로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력 업종 특성에 맞춰 `전기차 생활문화 선도`를 그룹 상징 이미지로 구축하겠다는 의미에서다.

그룹 핵심 계열사가 이런 노력에 오히려 어깃장을 놨다. 대대적인 홍보 이전에 전기차에 대한 기본적인 직원 안전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이 배포한 내연기관차 대상 전기 충전 모습.
롯데백화점이 배포한 내연기관차 대상 전기 충전 모습.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